대한안과의사회가 전국에 수개의 네트워크를 운영할 정도로 '잘 나가던' 강남의 B안과 원장을 지난 10일 영구제명시켰다. 환자를 부적절한 방법으로 유인, 알선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지 7개월 만이다. B안과가 무슨 일을 했길래 고발로도 부족해 안과의사 집단에서까지 제외시키려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가격파괴'에 있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개원하고 있는 안과의사 단체인 대한안과의사회는 지난 10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강남의 B안과 원장을 영구제명시켰다. 특정 사이트 가입자들에게 이메일로 병원을 홍보하다 고발당해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안과의사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없애는 것으로 의사 자격을 유지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와관련 안과의사회는 지난 2월 B안과를 '불법 광고를 통한 환자 유인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법원의 판결은 벌금 300만원형. 불특정다수를 통한 광고가 아니라 특정사이트 가입자들에게 이메일이라는 수단을 쓴 만큼 환자 유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B안과는 곧바로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한 시술가를 공개해 환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높은 수준의 가격을 고집하며 담합하는 대부분 안과의사가 오히려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항소했다. 서울지방법원에 지역보건소를 통해 강남구와 서초구 안과의 라식수술 비용을 조사해달라는 요청도 한 상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 '불법'광고가 아니라 '철옹성'같던 전문의집단의 가격 담합을 무너뜨린 의사에 대한 분노심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인터넷과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의료광고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광고 자체만으로는 지금처럼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남역에서 안과를 운영하고 있는 모 원장은 "B안과는 라식이나 라섹수술 가격을 다른 안과에 비해 많게는 50%까지 싸게 책정했다"며 "몇 년 간 유지돼온 시력교정술 가격선을 무너뜨려 출혈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했으니 공분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력교정술의 경우 보험에 적용되지 않아 정부의 가격통제를 받지 않는 '상품'인 만큼 공급자가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집단 따돌림'을 당할 정도의 일이냐는 주장도 있다. 공급자끼리 경쟁하며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당연한 시장경제 원리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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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비보험 시술은 의사가 받고 싶은대로 받는게 맞다"며 "공급자가 좀 덜 받겠다는데 주위에서 압박을 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의견도 있다. 성형이나 피부미용 등 비보험 시술에 대한 가격파괴 현상이 가속화되며 의료계 내부적으로 쌓여온 갈등이 이번 사건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 피부과원장은 "피부나 성형 시술은 물론이고 임플란트나 보약까지 비보험 전분야에 걸쳐 가격파괴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암묵적인 동의 하에 묶여 있던 가격이 경쟁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며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과다 출혈경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 장치만 있다면 가격거품이 빠진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