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전통 日기업이 짝퉁 만든 이유는?

55년 전통 日기업이 짝퉁 만든 이유는?

원종태 기자
2010.11.18 07:51

[식품도수출산업]④동원F&B '양반김' 상표 모방..열도 입맛 잡다

중국은 한국식품 짝퉁이 판치고 있다. 그러나 식품 선진국 일본에서도 한국식품을 흉내 낸 짝퉁이 있다면 믿겠는가. 자존심 강한 일본 식품기업이 짝퉁을 만들어서라도 꼭 팔고 싶었던 한국 식품은 무엇일까.

시계를 2006년 3월로 돌려보자. 당시 동원F&B 무역팀 하기석 과장은 일본 나고야 출장 중에 한 할인점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처음엔 자신도 모르는 동원 '양반김' 신제품이 출시됐는가하고 눈을 의심했다.

진열대 한 가운데 양반김이라는 한글 상표가 뚜렷한 김 8장짜리 소포장 조미김이 팔리고 있었다. 동원F&B와 포장 색은 달랐지만 '양반김'이라는 한글 상표가 똑같아 같은 회사 제품으로 착각하기 쉬웠다.

하 과장은 즉시 짝퉁 양반김 제조업체를 확인했다. 하마오토메라는 일본 최상위권 김 전문업체였다. 하마오토메는 당시 55년에 달하는 전통이 있는 기업이었지만 동원 양반김의 명성이 탐 나 짝퉁을 만든 것이다.

동원F&B 양반김을 흉내 낸 '짝퉁' 일본 김(오른쪽).
동원F&B 양반김을 흉내 낸 '짝퉁' 일본 김(오른쪽).

◇日기업이 짝퉁 만들 정도로 인기 끈 '양반김'=하마오토메 측은 동원F&B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우리 회사에서 한글로 양반김이라고 표기한 것은 어차피 일본인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터무니없이 발뺌했다. 그러나 동원F&B가 국제소송을 불사할 태세이자 "종전 포장재는 모두 폐기하고 새 포장재에는 양반김이라고 쓰지 않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양반김은 일본인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다.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쇼핑 1위 상품으로 꼽힌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는 수 십 여개 김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중 양반김은 매출 톱3에 들 정도로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쇼핑객들은 한국 김을 유독 선호하는데 그중에서도 양반김을 많이 알고 있다"며 "양반김 단일 브랜드의 본점 매출이 매달 억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동원F&B는 일본 열도 공략 수위도 늦추지 않고 있다. 동원F&B에 따르면 양반김은 지난 1989년 일본 첫 수출 이래 현재 일본 내 2만 여개 편의점과 할인마트 등에서 팔고 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자스코는 물론 다이에이, 이토요카, 세븐일레븐 등에도 모두 납품하고 있다.

첫 수출 당시 수 백 만원에 그쳤던 양반김 수출규모는 단일 식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올해 45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양반김 인기비결은 독특한 맛에 있다. 두껍고 질긴 편인 일본 김과 달리 양반김은 얇고 바삭한 맛으로 일본인들을 사로잡았다. 20여년전 한국 조미김 업계 최초로 일본시장을 선점한 것도 일본에서 인정받는 이유다.

양반김의 득세로 동원F&B 올해 대 일본 수출금액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망이다. 동원F&B는 전체 수출금액(450억원) 중 62%에 달하는 280억원을 일본 시장을 공략해 달성할 계획이다. 양반김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단일 상품으로 최대다.

◇해외사업 양과 질 올려, 내년 1억불 목표=동원F&B는 양반김을 뛰어넘어 양반김치 수출도 본격화한다. 양반김치는 2005년 일본내 슈퍼마켓 '코프사포르'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내로라하는 유명 김치들을 제치고 일본인에게 가장 사랑받을 수 있는 맛으로 검증된 셈이다. 양반김치는 코프사포르 100여개점포에서 선보이며 올해 25억원 매출을 달성할 예정이다.

동원F&B는 양반김과 양반김치를 주축으로 내년 일본 수출규모를 올해보다 15% 늘어난 320억원으로 잡고 있다. 동원F&B 박세원 해외사업부 상무는 "양반김과 양반김치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일본 소비자들에게 최선의 맛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원F&B는 일본을 벗어나 2단계 글로벌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전까지 해외사업은 단일 제품의 영업 위주로 진행했다. 동원F&B는 그러나 앞으로 해외사업은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판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2008년 미국 LA에 현지법인 DW글로벌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초기지를 세운 동원F&B는 지난해부터 T2U(Tea to You)라는 수출 전용 녹차로 미국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녹차는 미국에서도 납품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기농 전문 슈퍼마켓 호울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에서 당당히 팔리고 있다. 호울푸드마켓은 미국 식음료 유통업계 선두주자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식품매장의 대명사다. 양반김치는 호울푸드마켓 173개 점포에서 팔리고 있다.

수백 만원어치 양반김 수출로 해외사업의 물꼬를 튼 동원F&B. 내년에는 일본, 미국, 중국을 삼각 축으로 사상 최초로 해외사업 연 매출 1억 달러 돌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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