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들 '프리젠테이션 능력=글로벌 스탠더드' 인식, 발표사례 급증
지난 5일삼성전자(220,000원 ▼34,000 -13.39%)의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장은 마치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떠올리게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히로인의 한명인 김연아 선수가 또 한번 프리젠터로 나선 것.

4년 연속삼성전자(220,000원 ▼34,000 -13.39%)에어컨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김연아가 신제품 발표회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사진촬영과 인사말 정도를 하는 다른 광고모델과 달리 7분여에 걸쳐 새로 선보일 CF를 소개한 것은 물론 제품의 기능과 특징을 완벽하게 설명했다.
김연아 선수가 무대에서 내려간 후에도 프리젠테이션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백희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전무)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루 전날 먼저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를 연LG전자(157,500원 ▼14,800 -8.59%)의 경우 단상에 서서 원고를 읽어 내리는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삼성전자는 달랐다. 손에 마이크를 드는 대신 이어마이크를 쓰고 화면에 나오는 동영상에 맞춰 무대를 누볐다. 관객들과 스스럼없이 시선을 마주치고 이어마이크 덕에 자유로운 두 손으로는 때때로 강조점을 나타냈다.
이날 한 참석자는 "제스처나 스피치 모두 능숙한 모습이었다"면서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평소 많은 준비를 한 듯 보였다"고 평가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만큼 회자되지는 않지만 삼성에서 프리젠테이션하는 사장, 임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종 신제품 발표회와 행사 기조연설, 사내 회의 등에서 이들은 단조롭게 원고를 읽는 대신 청중들을 향해 음성으로, 몸으로 직접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파워스테이션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 월드 투어'에서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스마트폰이라는 점과 함께 신종균 삼성전자 IM(Information Technology & Mobile Communications)사업부 사장의 프리젠테이션이 큰 주목을 받았다.
신 사장은 그날 유럽지역 제품포트폴리오를 담당하는 영국인 디렉터와 공동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영국 현지 관계자들 앞에서 영어라는 핸디캡을 안고서도 여유 있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완벽한 프리젠터의 면모를 보였다. 특히 갤럭시 노트가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가져올 혁신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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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CE(Consumer Electronics) 사업부 사장은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CES에서 삼성전자와 세계 영상미디어기기 업계를 대표해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던 윤 사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장 가까운 'CEO 프리젠터'다.
이들처럼 외부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평소 프리젠테이션을 가장 잘 활용하는 CEO 중 한 명이다. 삼성자산운용 사장 부임 직후 임직원들 앞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과 금융회사의 목표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펼쳐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사장님'들의 프리젠테이션 바람은 임원급으로 불어와 프리젠테이션 기술을 별도로 연습하는 임원들이 크게 늘었다. 대내외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할 기회가 늘어난데다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하는 프리젠테이션 또한 '능력'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확산돼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CES나 IFA 등의 국제 행사에 주체로 참석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프리젠테이션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회사 차원에서 따로 매뉴얼을 정해 배포하진 않지만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것이란 인식이 자연스럽게 확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