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장인의 월급 외 부수입에 매기는 '소득월액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연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 달에 채 100만 원도 되지 않는 부수입에까지 건보료를 걷겠다는 것이다. 개편이 완료되면 직장인 178만 명이 건보료를 추가로 내거나 기존보다 더 많이 내야 한다. 전체 직장가입자의 8.9%에 달한다.
직장 업무 외에 강연과 저술, 유튜브 방송, 배달 아르바이트 등으로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던 'N잡러'들은 물론 노후를 대비해 매입한 소규모 오피스텔에서 임대료를, 주식에서 배당금을 받는 이들까지 건보료 추가 부과 대상에 들게 됐다. 소득월액 건보료는 일반 직장가입자 보험료와 달리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지 않아 초과분 전액을 가입자가 내야 한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가뜩이나 팍팍한 삶을 이어가는 월급쟁이들의 부담만 늘리겠다는 발상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가장 걷기 쉬운 곳에서 재정을 보강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행정편의다. 근로소득 외 소득에 이미 종합소득세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늘어나면 부업과 투자에 대한 유인을 약화할 수 있다. 나아가 은퇴 후를 스스로 준비하려는 흐름을 위축시켜 결국 사회부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보험료를 더 걷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는 돈을 막고 의료적 우선순위가 낮은 분야에 대한 지출을 신중히 관리하는 것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으로 적발돼 요양급여 환수 결정이 내려진 금액이 2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징수율은 8.8%에 그치는 실정이다. 외국인 무임승차와 과잉 진료, 의료 쇼핑 등 정작 메워야 할 재정 구멍은 방치한 채 징수가 가장 손쉬운 직장인 가입자 부담만 늘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됐다. 여기에 탈모 치료제와 낙태약 등 중증질환이나 필수의료가 아닌 곳에 대한 건보 지원 논의가 이뤄지는 현실은 건보 재정 우려를 더욱 키운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은 국민이 부담한 한정된 재원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보험료를 더 걷어 국민부담을 늘리는 것은 가장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