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사교육 열풍' 믿고 대규모 투자…대부분 물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는 뭉칫돈이 넘쳐났다.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투자자문사 등 국내외 금융자본들이 사교육 열풍에 주목해 대규모 학원 투자에 나선 것. 'M&A(인수합병) 제안을 못 받으면 학원도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정확히 5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등에서 약 300억원을 투자받은 논술전문학원 엘림에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엘림에듀는 지난해 초 상장 폐지됐다. 현 정부 들어 '논술 거품'이 꺼지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2의메가스터디(11,860원 ▼910 -7.13%)'를 꿈꿨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박 수익률'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은 2007년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토피아아카데미에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상장 등으로 고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토피아는 특목고 입시제도 변화로 매출이 급감,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칼라일측의 '상장 대박의 꿈'은 물거품이 됐고, 현재 손절매도 하지 못해 물려 있는 상태다. 교육기업에 대한 관심이 급감해 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밖에 아발론교육에 6000만달러를 투자한 AIG그룹, 타임교육홀딩스에 600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티스톤, 영재사관학원에 300억원을 투자한 호주 맥쿼리펀드 등도 비슷한 사정이다. 모두 제2의 메가스터디를 꿈꾸며 투자했지만 투자금이 물려 있다.
이들 투자자들은 대부분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박'을 노렸다. 모델은 메가스터디였다. 2004년 IPO 이후 2년여 만에 주가가 10배 가까이 뛰는 걸 보고 '제2의 메가스터디' 찾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2008년 가을 닥친 금융위기의 여파로 상당수 IPO가 연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사교육대책 영향으로 실적도 부진했다. '학파라치' 제도 도입, 특목고 입시제도 변화 등이 치명적이었다.
8일 학원가의 한 관계자는 "펀드 등으로부터 뭉칫돈을 유치한 학원들의 경우 대부분 상장계획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맺었다"며 "하지만 상장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지분율 조정이나 경영권 위협 등 다양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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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러시'의 동력이 된 메가스터디의 현재 상황도 그다지 녹록치 않다. 메가스터디 2대 주주였던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는 지난 3월 보유 지분 전량(9.21%)을 H&Q아시아퍼시픽 코리아에 매각했다. 코너스톤의 인수가는 주당 12만4154원이었지만 매각가는 11만400원에 그쳤다. 5년 동안 보유하고도 11% 손실을 본 것.
코너스톤은 메가스터디 주가가 40만원에 육박할 당시 250%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차익 실현 기회를 놓치면서 결국 '손실'로 투자 성적을 마무리했다. 그나마 11만원에 판 것도 잘한 결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8일 메가스터디의 종가는 6만6900원이다. 코너스톤 매각가에서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007년 당시 사교육비 지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설비투자 등 고정비도 없어 금융자본 입장에서는 사교육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였다"며 "하지만 정부의 사교육 억제책에 따른 '정책 리스크', 학원장과 투자자의 이해관계 불일치 등으로 성공사례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사교육 억제책과 함께 수익률을 중시하는 재무적 투자자, 지속경영보다 '대박'을 노리는 학원장, '몸값높이기'로 이직이 잦은 학원강사 등 3자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못해 투자 성공률이 낮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