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 없는데 입주하라더니"…무더기 미분양 양산

"길도 없는데 입주하라더니"…무더기 미분양 양산

민동훈 기자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2013.08.01 06:22

[기획-주택공급 미스터리]<3>고양·파주·김포·용인 불꺼진 집 수두룩…인프라 확충 필수

 경기 고양·파주·김포·용인은 미분양아파트가 몰린 대표적인 곳들이다. 특히 아파트를 다 짓고 난 후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경기도 미분양아파트(공공물량은 제외)는 2만4556가구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3만2501가구의 76%에 달하고 전국 미분양(6만5072가구)의 38%를 차지한다.

 6월말 기준 경기도의 준공후 미분양아파트는 1만2231가구로, 수도권(1만5970가구)의 77%, 전국(2만7194가구)의 45% 수준이다. 이 가운데 용인(3544가구) 고양(2281가구) 파주(1276가구) 김포(823가구)의 준공후 미분양아파트는 총 7924가구로, 경기 전체의 65%에 달할 만큼 불꺼진 집의 상당수가 이들 4곳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으로 수도권 외곽이면서 보금자리주택 사업지구와 인접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대형면적 비중이 높은 대규모 아파트가 단기간 집중적으로 공급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7~2009년 고양·파주·김포·용인의 신규공급 아파트는 10만5000가구였고 전체의 41%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이었다.

 주택경기가 활황일 때 민간업체들이 경쟁하듯 수도권 외곽에 아파트 분양에 나선 탓이지만 근본적으론 정부가 무분별한 신도시 개발과 대규모 택지개발을 추진하면서 민간업체의 미분양 양산을 부추긴 셈이 됐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시장의 과잉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뿐 아니라 민간의 주택공급량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쌓여 있는 미분양아파트와 앞으로 시장에 풀릴 주택공급을 제어하지 않고는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조치로 해석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31일 열린 주택건설업계와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주택의 초과공급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세제·금융지원만으로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며 주택공급 축소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택공급량 조절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주택의 수요·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관련 통계의 허술함은 물론 정밀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분양의 근본적인 해소를 위해선 특정 지역의 공급량 조절과 함께 입지적 불리함을 개선해줄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은 "용인을 제외한 고양·파주·김포는 도심까지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심리적·신체적으로 인내할 수 있는 '한계통근'(59분 이내)을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들 4개 지역 거주자의 40~50%는 인근 신도시를 벗어나 원거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처럼 거주자의 절반 가까이는 힘겨운 출·퇴근길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물량 조절만으론 사태해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국 미분양주택의 진원지격인 이들 4개 지역은 정부 주도의 개발 속에 단기간 주택공급이 몰렸음에도 교통망 확충은 제때 이뤄지지 못한 탓에 매수자뿐 아니라 세입자들에게도 외면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지역들은 수도권 1기 신도시에 가깝지만 전체 신도시 계획 중 일부만 개발된 상태로 광역교통망이나 생기반시설 설치가 미진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예산 확보 노력이 필수며 수도권 신도시의 자족기능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나 업무시설을 유치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중견건설기업 대표는 "미분양아파트를 해소하려면 할인분양이나 공급조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당초 정부가 계획한 광역교통망 등 생활인프라를 구축해 거주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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