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안이 45도, 10분만 있어도 땀범벅...숨 막히는 쪽방촌의 여름

[르포] 방안이 45도, 10분만 있어도 땀범벅...숨 막히는 쪽방촌의 여름

이현수 기자, 여승헌 기자, 조유진 기자, 김서현 기자
2026.07.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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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집주인 에어컨 사용 제한…'전기요금 부담' 이유
주민들 "에어컨 리모컨도 뺏는다, 더워서 눕지도 못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 내부. 한 층에 14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일부 호실은 복도의 공용 에어컨 바람이 들어오도록 방문을 열어뒀다./사진=여승헌 기자.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 내부. 한 층에 14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일부 호실은 복도의 공용 에어컨 바람이 들어오도록 방문을 열어뒀다./사진=여승헌 기자.

"낮에는 방 내부 온도가 45도까지 올라가요.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아 누워있기도 힘듭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지난 28일 낮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이곳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차재설씨(69)는 "복도마다 에어컨이 한 대씩 있지만 방에서 멀면 사실상 소용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배식씨(79)는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만 나온다"며 "밤에도 너무 더워 상가 천막 밑에 박스를 깔고 잘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동자동 쪽방촌 방 대부분은 건물 간격이 촘촘해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바람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곳이 많아 방 안은 후텁지근했다. 일부 볕이 드는 방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내부 공기가 달아올랐다. 주민들은 웃통을 벗은 채 부채질을 하거나 방을 빠져나와 인근 공원 쿨링포그 아래에서 더위를 식혔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이 더위를 피하고자 공원 쿨링포그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여승헌 기자.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이 더위를 피하고자 공원 쿨링포그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여승헌 기자.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던 김강식씨(57)는 "방에 10분만 있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며 "전기요금 때문에 집주인이 못 달게 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에도 주민 두 분이 돌아가셨는데 소방관에게 더위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지만 쪽방촌에서는 에어컨 가동조차 쉽지 않다. 상당수 쪽방은 월세에 전기요금이 포함돼 있어 집주인들이 전기료 부담을 이유로 에어컨 사용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공용 에어컨 전기요금을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집주인의 에어컨 사용 제한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거주민의 방 내부에 선풍기 한 대가 놓인 모습. 방 안은 잠깐 서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후텁지근했다./사진=조유진 기자.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거주민의 방 내부에 선풍기 한 대가 놓인 모습. 방 안은 잠깐 서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후텁지근했다./사진=조유진 기자.

같은 날 오후 찾은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도 사정은 비슷했다.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 한 건물에는 에어컨이 단 한 대뿐이었다. 이부자리와 선풍기 한 대를 겨우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방 안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땀이 흐를 정도로 더웠다. 주민들은 방문과 창문을 모두 열어둔 채 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쿨링포그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던 김경호씨(65)는 "에어컨이 있어도 집주인이 오면 꺼야 한다"며 "하루 5시간 정도 무더위쉼터에서 지내고 손 선풍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쪽방촌에 살고 있는 60대 최영진씨는 "에어컨을 설치한 뒤 방세가 기본 월 30만원까지 올랐는데도 열 곳 가운데 두세 곳만 돌아가면서 에어컨을 틀어준다"며 "온도도 26도로 맞춰두다 보니 밖보다 방 안이 더 더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50대 이모씨도 "에어컨 한 대를 여덟 가구가 함께 쓴다"며 "더운 날에는 켜나 마나인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 33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시는 쪽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응급구호반을 운영하고 식수와 구호 물품을 지원하는 등 폭염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동주민센터와 경로당 등 4000여곳도 무더위쉼터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거리에서 분사되는 쿨링포그 아래를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조유진 기자.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거리에서 분사되는 쿨링포그 아래를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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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여승헌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여승헌 기자입니다.

조유진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조유진 기자입니다.

김서현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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