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 1012명 시국선언 "국정원 특검 도입하라"

조계종 승려 1012명 시국선언 "국정원 특검 도입하라"

황보람 기자
2013.11.28 13:50

승려들 "현 정부 개발독재 재현…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 해소·민생 중심 정치 요구"

진보적 승려 모임인 실천불교승가회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진보적 승려 모임인 실천불교승가회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개신교 단체들에 이어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승려들도 시국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정부가 특검을 도입해 명확히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종북' 논란 등 이념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려는 노력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승려 1012명은 2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승려들은 선언문에서 "최근 국가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등 과거 개발독재정권이 2013년 우리 사회에 다시 재현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수행자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자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 정부는 자신들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정국을 극단적인 이념투쟁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NLL 논쟁 등으로 남북의 갈등은 더욱 증폭됐으며 교류협력의 토대인 개성공단은 아직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가조직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민의를 왜곡하는 현 상황이 진정한 민주주의인가"라며 "민생을 외면하고 극단적인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이 정부 출범 당시 주장했던 국민대통합의 진정한 모습인지 정부는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선언문을 통해 △국가기관 불법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관련자 처벌 △특검 도입을 통한 의혹 해소 △이념갈등 조장 즉각 중단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 대선공약 즉각 추진 △남북관계의 전향적 변화 등을 정부와 여당에 촉구했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전 교육원장인 청화스님과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 중앙종회 부의장 법안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스님 등이 대표로 참석했다. 시국선언에는 직할교구본사 203명을 비롯, 24개 교구본사와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 승려 총 1012명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따라서 동안거 시기가 끝날 무렵 종단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서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이라며 "지금처럼 안일하게 하면 그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고 선언했다.

10월 16일부터 다음 해 1월 15일까지 90일 동안은 선종(禪宗)의 승려들이 외출하지 않고 사찰에 머물며 오로지 수행에 전념하는 '동안거' 기간이다. 이에 따라 다음해 초 무렵 승려들의 두번째 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국선언은 지난 7월 1일 7000 불교 전국승가회와 13개 불교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한 '국정원 헌법 유린 규탄 시국법회'를 시작으로 준비됐다. 이후 8월 8일 불교계 연석회의가 구성되면서 10월 29일 실천불교전국승자회가 집행위원회에서 시국선언 결의를 결정했다.

청화스님은 "국정원 선거 개입을 수사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렬 팀장 등을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서 찍어냈다"면서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공범이 되는 길인데 왜 오해를 자처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엄연히 법을 어기는 것은 법에 의해서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휴스님은 "국정원 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나 보훈처 등 국가기관이 대대적으로 나서 불법으로 선거를 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며 "불법 선거를 자행하고도 현 정부는 경찰과 검찰에 압력을 행사하고 선거 전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스님들이 수행정진해야 할 시기에 번잡하게 시국선언을 하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면서 "바르게 보고 바르게 말하려고 하면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과 자기검열을 강요당하는 슬픈 시대"라고 말했다.

문빈정사 주지 법선스님은 "오늘은 사홍서원(모든 부처와 보살의 4가지 큰 바람을 달성하는 맹세)을 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날 이 자리에 모여 다시 하겠다"며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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