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빨리 빨리" 일벌레 대통령 왔다...달라진 국정운영 '시간표'

"최대한 빨리 빨리" 일벌레 대통령 왔다...달라진 국정운영 '시간표'

김소연 기자, 박광범 기자, 오세중 기자, 김사무엘 기자, 김지은 기자, 이승주 기자
2026.05.29 07:30

[the300]라이브 국정 시대 : X와 국무회의로 본 이재명 정부 1년(종합)下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달 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사상 첫 생중계 국무회의 시대를 열었고 X로 24시간 국민들과 소통했다. 지난 1년은 국민들이 24시간 국정에 로그인(log in)한 '일하는 대통령'과 라이브(Live)로 소통하면서 정책 효능감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생중계된 국무회의록 속 대통령의 발언과 대통령의 X를 분석해 지난 1년의 성과를 점검해 보고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李대통령의 '유튜브·X' 활용법 …의제 설정에 여론 주도권
이재명 정부의 미디어 활용 방식/그래픽=김지영
이재명 정부의 미디어 활용 방식/그래픽=김지영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SNS(소셜미디어) 적극 활용과 국무회의 생중계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대통령의 정책 메시지와 국정 운영 방향이 기자회견이나 브리핑보다 SNS를 통해 먼저 전달되면서 정치 커뮤니케이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미디어학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X·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를 각기 목적에 따라 다르게 활용한다. X(옛 트위터)는 정책 메시지·이슈 대응·언론 기사 공유 창구로, 유튜브는 국정 홍보와 영상 메시지, 인스타그램은 1020세대 친화형 소통 창구로 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X 활용이다. 국내에선 페이스북이 정치권·언론인·전문가 집단의 토론 공간 역할을 주로 했고 X는 덕후들의 놀이터, 수다 창구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X를 적극 활용하면서 여론 형성 기능이 상당 부분 X로 이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X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데다 해외 이용자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을 꼽는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X는 메시지를 해외에 퍼뜨리기에 최적화된 SNS"라며 "페이스북과 달리 로그인이나 팔로우 없이 게시물을 볼 수 있고 퍼나르기 쉬워 메시지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주 이용 세대 구분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4050 세대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메시지 공유도 관계를 맺은 '친구'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청와대는 부부의 날인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3월 29일 제주도 올레길을 산책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21/(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청와대는 부부의 날인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3월 29일 제주도 올레길을 산책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21/(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이 대통령은 인스타그램으로 김혜경 여사와의 휴가나 '두쫀쿠' 뜻을 묻는 장면을 공유했다. 주된 이용층이 1020세대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를 통한 국무회의 생중계도 젊은 세대가 뉴스를 접하는 채널이 유튜브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통령이 X로 직접 국정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언론 보도를 공유한 뒤 정책 검토를 지시하면서 사회적 의제가 설정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엔 '언론의 문제 제기 → 정치권 ·정부 → 국민' 순으로 메시지가 전달됐다면 최근엔 '대통령 SNS → 국민·지지층 → 언론 보도' 형태의 역(逆) 아젠다 세팅이 늘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 SNS가 하나의 독립 미디어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전통 미디어 보도 내용도 적극 활용한다. '언론 문제 제기 → 대통령 SNS → 국민·지지층 → 언론 보도'로 여론을 환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부실채권을 20년 넘게 추심해 온 '상록수' 특수목적법인을 다룬 보도를 지난 12일 X에 공유하면서 금융권을 강하게 질책하고 변화를 주문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인터넷과 SNS의 확산으로 언론·정당·시민단체 같은 정치적 매개집단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지지층과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정치적 효율성이 높지만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날 것의 메시지나 의혹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기존 미디어에 SNS까지 가세해 소통창구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SNS는 언론사처럼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비어있는 만큼 신뢰도 유지를 위해 메시지를 보다 정교하고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벌레 대통령 왔다" 속도, 또 속도...주말도 반납, 관가도 '불야성'

국무회의록으로 살펴본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전'/그래픽=이지혜
국무회의록으로 살펴본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전'/그래픽=이지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압축하는 키워드는 단연 '속도'다. 과거와 달라진 국정운영 '시간표'에 공직사회는 쫓아가기 바쁜 1년을 보냈다. 주요 회의가 생중계되다보니 전 국민 앞에서 역량을 가감없이 증명해야 하는 공직자들은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며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공직사회 분위기는 둘로 나뉜다. '일 하는 대통령' 덕분에 정책 추진력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호평이 먼저 나온다. 이 대통령 특유의 구체적인 지시가 정책 결정까지 걸리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인다는 것이다.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속도전 지시가 이어지면서 부처 내부의 정책 발굴 동력이 흔들리고 있단 지적이다. 부처의 정책 자율성이 사라졌단 우려도 나온다.

28일 머니투데이가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록(2025년 6월5일~2026년 4월14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발언 중 속도주문형 문장은 132건으로, 전체 문장의 2.2%를 차지했다.

이 대통령의 속도전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해 6월5일 국무회의에서 산업통상부로부터 수출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보고 받으며 "우리가 수출 지역이나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최대한 빨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X)에서도 실시간 업무 확인과 주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직자의 한 시간은 5200만의 시간의 가치가 있다"며 전 국민의 한 시간을 합한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밤새워 하고 있다"고 말하자 "진짜 주말에도 밤새워 하고 있느냐"고 웃으며 묻기도 했다.

공직사회도 이 대통령의 시간표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이다. 정책 속도감이 빨라졌다는 긍정 평가가 나온다.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 A씨는 "과거 대통령들이 정치인의 성격이 뚜렷했다면 이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통령 역할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온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 B씨는 "이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부터 관가에선 '일벌레 대통령'이 왔단 걱정이 컸다"면서도 "속도감 있는 행정으로 몸은 좀 힘들었지만 국민들이 꿈에 그리던 코스피 8000피 돌파 등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른 공무원 C씨는 "과거에는 정책 발표 전날까지 A안과 B안을 놓고 고민했다"며 "지금은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로 정책 판단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부처 소속 D씨는 "과거 정부와 가장 큰 변화는 일처리 속도"라며 "예전에는 대통령 지시사항이 딱 한줄로만 전해져 어떤 맥락에서 무슨 이유로 내려온 건지 실무자 입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정부가 국민들이 원하는 속도에 발맞춰 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진 않다. 무엇보다 국무회의 운영 방식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공무원 E씨는 "'떨려서 국무회의를 못 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실무진의 긴장감이 크다"며 "국무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이 사실상 정책화되기 때문에 이후 재원 확보, 부처 협조, 시스템 마련 등을 속전속결로 진행해 3개월 만에 정책 착수 단계에 진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속도전 주문이 단기 현안 해결에는 주효할 수 있지만, 연금·노동·교육 등 긴 호흡이 필요한 구조개혁 과제에는 적절치 않단 지적도 있다. 중앙 부처 공무원 F씨는 "구조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라는 기조가 강한데 대통령이 계속 보고 있는 느낌이라 중간중간 작은 실적이라도 계속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부에선 지난 1년간 굵직한 과제를 너무 한꺼번에 진행한 것 아니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대통령 '라이브 국정'에 "정책속도 빨라져" vs "신중 또 신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생중계 국무회의에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제재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정유사·주유소를 만나 한 달 만에 사후정산제 폐지를 이끌어냈다.

대통령은 지난달 X(엑스·옛 트위터)에 브라질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이스라엘 규탄 발언 영상을 공유했다가 삭제했다. 룰라 대통령이 "이스라엘 대통령은 여성과 아동에 대한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 내용을 담은 영상이었다. 국민의힘은 "어떤 의도로 X에 영상을 공유했느냐"며 "대한민국 외교는 대통령의 SNS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와·SNS 소통 등 '라이브 국정' 방식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평가는 갈린다. 여당은 발빠른 의사소통이 정책 효능감을 높였다고 본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 말의 무게감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발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소속 A의원은 27일 "SNS 소통으로 복잡한 절차 없이 대통령 의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사후정산제 폐지의 경우)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발언해 문제의식이 빠르게 공유됐고 기업을 설득할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민주당 B의원 역시 "대통령 말에 노이즈가 끼지 않고 정책 전달이 빨라졌다"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적하면 장관들도 추상적인 미사여구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국민 눈높이와 요구사항을 한번 더 고민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생중계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입법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공개 지적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무신사와 스타벅스 관련 글을 엑스에 올린 내용. /사진=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무신사와 스타벅스 관련 글을 엑스에 올린 내용. /사진=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반면 야권에선 이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의 SNS 게시물을 대통령 기록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소속 C의원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내용이 SNS에 올라오고 불리하면 삭제된다"며 "밤낮으로 글을 올리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죽고 사는 사람도 많다. SNS 소통은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설적이고 수위 높은 표현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이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모욕하는 내용 등이 담긴 스타벅스 광고와 옛 무신사 광고 영상을 X에 공유하고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느냐" "악질 장사치의 패륜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D의원은 "수년 전 광고를 끌어와서 비판하는 게 맞느냐"며 "대통령은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아니라 정제된 언어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라이브·SNS 소통은 시대 변화에 맞는 소통 방식이지만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언어는 정제되고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의 말에는 정제된 언어, 교과서 같은 치밀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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