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사라질 위기 반값등록금…예산 부족 공약 이행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청년공약 중 하나였던 반값등록금 정책이 예산 부족으로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첫 번째 예산부터 대폭 삭감돼 정부의 공약 실천 의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장학금 1조2000억 증액 필요하지만 4000억만 반영

23일 정부의 '2014년도 세입세출예산사업별 설명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으로 지난해(2조7750억원)보다 5325억원 증가한 3조3075억원을 편성했다. '셋째아이 이상 등록금 지원' 예산인 1225억원을 제외한 순수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은 3조1850억원이다. 당초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으로 추산한 4조원에서 8150억원 삭감된 금액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통해 2014년부터 매년 14조원 가량인 등록금 총액을 7조원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소득 2분위까지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3·4분위 75% △5·6분위 50% △7·8분위 25% 등으로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등록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7조원의 감액분 중 4조원은 국가장학금 예산으로 마련하고, 기존 장학금 및 대학자체 노력을 통해 3조원의 인하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게 당초 정부의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선 국가장학금 예산을 1조2250억원 늘려야 했지만, 실제로 반영된 증액분은 33% 수준인 4100억원에 불과하다.
반값등록금 공약은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박근혜정부 140개 국정과제' 중 '교육비 부담 경감' 항목의 하나로 포함돼 있는 정책이다.
◇"대통령 약속 지켜라" 새누리당 내부 비판마저 나와
예산 부족 탓에 공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반값등록금 운동을 전개했던 시민단체들과 야당 소속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야당 교문위 의원들은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중대한 공약을 국민합의도 없이 훼손해버렸다"며 "국가장학금 예산은 공약대로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수차례 직접 반값등록금을 약속한 바 있다"며 "대통령의 발언이 허언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으려면 국가장학금 예산을 확대 편성하고 성적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새누리당 청년비례대표인 김상민 의원도 "반값등록금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약속을 지키는 게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회 교문위와 예결위에서 반값등록금 예산을 5000억원 증액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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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아이 지원 예산, 반값등록금 실현에 써야"
시민단체들은 또 다른 등록금 경감 정책인 '셋째아이 이상 등록금 전액 지원' 예산을 반값등록금 재원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셋째아이 이상 등록금 전액 지원' 정책은 소득하위 80% 가정에 속한 만 20세 이하 셋째 이상 자녀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큰 틀에서 보면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면 셋째아이도 혜택을 받게 된다"며 "반값등록금 공약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셋째아이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반값등록금 예산을 먼저 확보한 뒤에 추가로 셋째아이 예산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송은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셋째아이 등록금 지원 정책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정책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정책의 혜택을 받기 위해 자녀 3명을 낳겠다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반값등록금 예산으로 편입시켜 소득분위에 따라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