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아이 째려봐" 담임 6차례 교체 '민원 폭격'...학교가 어쩌다

"교사가 아이 째려봐" 담임 6차례 교체 '민원 폭격'...학교가 어쩌다

정인지 기자, 황예림 기자
2026.05.26 05:50

[MT리포트]민원에 쓰러진 공교육(上)

[편집자주] 클릭 한 번이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민원을 넣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운동회와 소풍, 학급 배정과 수업 방식에 이르기까지 학교 현장은 온갖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일단 민원이 제기되면 시시비비를 떠나 학교는 무조건 '대응'해야 한다. 교사들의 시간과 열정이 행정으로 낭비되면 행사 취소, 담임 교체, 젊은 교사들의 퇴직이라는 교육 공백으로 돌아온다. 비상식적이고 불필요한 민원으로부터 교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실질적인 법적 보호장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단독]온라인 '민원 폭격'…서울시교육청 민원 '2만건' 사상 최고 돌파

서울시교육청 국민신문고 민원 및 권익위 전체 민원 건수/그래픽=김지영
서울시교육청 국민신문고 민원 및 권익위 전체 민원 건수/그래픽=김지영

지난해 9월 서울강동송파교육지원청 앞에는 10여개의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아파트 재건축으로 학령인구가 급증해 인근 초등학교가 초과밀 상태가 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울시교육청, 국민신문고, 시의원·구의원 민원실에 민원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관련 민원은 단기간에 약 900건이 접수됐다.

서울 강동구 A아파트 주민들은 B중학교에 '공문'을 넣어 교장과 면담을 할 것을 요청했다. A아파트에서는 B중학교에 배정 받고 싶지 않다며 서울시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희망하는 중학교의 과밀이 심각해지자 B중학교 배정이 불가피해졌다. B중학교는 면담에 응했지만, 부동산 온라인카페에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내자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국민신문고로 접수받은 민원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신문고 운영이 한 달간 중단되면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접수한 정부 전체 민원은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교육 현장이 유난히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25일 지난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서울시교육청 관련 민원 건수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2만524건이었다. 2년 전과 비교해 27.7% 폭증한 수치다. 이는 각 학교나 교육청 실무자들에게 유선, 방문 등으로 제기되는 민원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시교육청에서는 직원 1명이 2만여건의 민원을 분류,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권익위가 국민신문고·우편 등으로 전체 접수한 민원은 1169만7691건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2년 전 대비로도 5.5% 감소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에 유달리 민원이 몰린 원인으로는 누구나, 무슨 이유든지 쉽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꼽힌다.

예를 들어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아파트 가격 하락을 우려한 입주민들이 학교 배정을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하고, 온라인 상에서 '민원 폭격'을 선동할 수도 있다. 운동회 소음은 물론 성인 운동 동호회로부터 학교 체육관 개방, 인조잔디 설치 요구 등 다양한 민원이 접수된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해 법률을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기계적으로 민원을 생산해내는 사례도 있어 '적극 응대'만으로는 늘어나는 민원을 감당하기 어렵다.

2024년 동덕여대 사태 관련 집회에서 서울 C고등학교 학생들이 야유하는 행동을 하자 '민주시민 교육, 생활지도 교육을 철저하게 해달라'며 3000여건의 민원이 폭주하기도 했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온라인에 글을 올려 'C고등학교 시위를 무단 촬영 및 참가자들을 조롱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를 바란다'고 민원 제기를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며 "(관련 뉴스나 요청 글을 본 사람은) 누구든 민원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민원은 병합 처리됐지만, 이같은 사태는 언제나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교육청은 민원처리법 시행령에 따라 '응대의 의무'만 있고, 답변을 '거부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민원사무처리에관한법률(민원처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반 민원은 7일 이내 답변하도록 돼 있다. 담당 장학관은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학교에 확인을 해야만 하고, 교사들은 이에 응하는 데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민원처리법 23조에서는 동일 민원인이 동일한 내용에 대해 민원을 지속 제기하면, 2번째까지 답을 하고 3번째부터는 종결처리할 수 있지만 다른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가족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면 또다시 민원제기가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민원인이 교육공동체 해당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청과 교원이 민원 응대에 에너지를 사용할수록 교육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이 째려봐" 담임 6번 바꿔도, 또 악성민원...학부모 고발도 소용없다

미산초 교권침해 현황 및 전국 교육청 대리고발 건수/그래픽=김지영
미산초 교권침해 현황 및 전국 교육청 대리고발 건수/그래픽=김지영

매년 특이(악성)민원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 가장 강력한 조치는 교육감이 학부모를 대리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고발까지 진행하는 사례가 소수인데다 형사처벌까지 수년이 걸려 그동안 교원과 같은 반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가 학부모로 인해 붕괴한 대표적인 사례는 전북 전주시의 미산초등학교다. 2024년 미산초의 5학년 담임이 6차례나 바뀌었다. 학부모 A씨가 '아이를 째려본다'는 이유 등으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지속적으로 신고한 탓이다. 학부모 B씨도 이에 동조하며 공동 민원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아동들이 6학년으로 진학한 지난해 송욱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장이 자원해 담임을 맡았다. 송 교사가 담임을 맡은 후 3월 한 달간 아동학대 신고는 5차례, 경찰 출동은 9번, 민원은 40여건이 이뤄졌다. 아동학대 사유는 '아이가 교사가 옆에 있는 것을 무서워한다', '차 안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교사가 밖에서 말을 걸어 무서워했다'처럼 얼토당토 않은 이유였지만 송 교사는 전주시청 여성아동과의 조사를 받았다. 송 교사는 "아이가 저만 보면 도망가거나 입모양으로 욕을 하기도 했다"며 "제대로 된 훈계나 훈육은 불가했다"고 말했다.

B씨의 자녀는 지난해 전학을 갔고, A씨의 자녀는 지난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서 출석일수 부족으로 유급을 한 상태다. A씨의 자녀는 원한다면 6학년으로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지만, 현재까지 학교에 복귀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송 교사뿐만 아니라 A, B씨의 자녀와 함께 수업을 들었던 모든 아이들, 학부모가 피해자였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보이는 경찰차에 긴장감을 호소했다. 문제의 아이들이 지각을 하거나 제멋대로 나가는 통에 다른 학부모로부터 '규칙을 지키도록 해달라'는 또 다른 민원이 유발되기도 했다. A, B씨는 교감, 교장에게도 동시에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민원을 넣어 학교를 '마비'시켰다.

학교와 교육청은 현행법상 할 수 있는 대응을 지속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2024년 A씨에 특별교육 30시간, B씨에 50시간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2025년에는 A, B씨 모두에게 심리치료 15시간을 처분했다. 두 사람은 특별교육과 심리치료 모두 이수하지 않았다. 이 경우 교육청은 어긴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최대 300만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거소불명 등으로 교부·송달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까지도 부과 절차를 밟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2024년 A씨를 대상으로, 2025년에는 A, B씨를 대상으로 공무집행방해, 무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교육감이 형사고발을 했지만 아직까지 기소 여부조차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송 교사는 "특이사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내가 정당한 활동을 했다고 증명해야 한다"며 "말을 모두 녹음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동학대 신고가 되면 교사는 휴직을 하고 그 공백은 다른 학생들이 감당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의 질병휴직은 연간 2000명 수준이다.

교육부도 특이민원 학부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정 중이지만 즉각 대응이 어렵다보니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교원지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횟수와 관계없이 과태료 부과 금액을 3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대한 사안의 경우 교보위가 '교육감의 대리고발'을 권고하기로 했다. 고발이 교육감의 '재량사안'으로 돼 있어 실제 고발 조치가 미미하다는 지적에서다.

교원단체들은 민원의 근거가 되는 '아동복지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측은 "기준이 불명확한 '정서적 아동학대'는 무고성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서학대와 방임은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과 같은 교육 관련 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인지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인지 기자입니다.

황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황예림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