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결혼 ④] 50만원짜리 레스토랑에 수천만원대 다이아 반지까지···

# 회사원 이모씨(35)은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여자친구에게 '정식'(?) 프러포즈를 했다. 서로 혼기가 찬 터여서 소개팅으로 만난 뒤 '전광석화'처럼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그동안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다.
결혼 준비에 지친 이씨의 여자친구가 "나도 프러포즈 제대로 받고 싶다"며 울먹인 뒤에야 이씨는 부랴부랴 서울 회현동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 50만원대의 패키지를 예약했다. 이 가격에는 독립된 공간과 2인 양식코스, 꽃다발, 촛불 장식 등이 포함됐다. 이씨는 여기에 약 250만원을 들여 반지도 따로 준비해야 했다. 프러포즈를 위해 한달 월급에 가까운 300만원을 쓴 셈이다. 결국 계획대로(?) 이씨의 여자친구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이후 결혼 준비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 "나랑 결혼해줄래"가 사라진 프러포즈
결혼 준비의 순서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연애를 하다가 '청혼(프러포즈)'을 한 뒤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을 치르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은 상견례를 먼저 갖는 경우가 상당수다. 신혼집 마련, 예식장 예약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큰 비용이 드는 굵직한 절차를 먼저 마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한 예물전문업체가 결혼을 앞둔 남성 100명을 대상으로 프러포즈 적정시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프러포즈를 반드시 해야하느냐'는 답변이 41%를 차지했다. '예비신부와 결혼식 날짜를 정한 이후'라는 답변이 39%로 2위를 차지했다.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라고 대답한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반면 많은 여성들은 '낭만적인' 프러포즈를 기대하고 있다. 주변에서 화려하게 프러포즈를 받은 얘기를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모씨(30)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와 함께 프러포즈를 받았다거나 유람선에서 청혼을 받았다는 등 자랑 섞인 후기가 많이 올라온다"며 "글을 계속 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남자친구에게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결국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고 말해 남자친구가 주말에 펜션을 빌려 반지와 꽃다발을 건넸다"며 "옆구리 찔러서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평생 한 번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 한끼 30만원…100만원짜리 반지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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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 전문 레스토랑이나 이벤트 업체에서 준비해주는 프러포즈 비용은 일반적으로 30만~50만원선이다. 업체에 따라서는 편지만 써오면 모든 준비를 대신 해주기도 한다. 소극장이나 영화관을 대여해주거나 전문 사회자를 붙여주는 경우도 있다.
프러포즈에는 반지나 목걸이 등도 빠지지 않는다. '신부들의 로망'이라는 티파니앤코 프러포즈 반지의 경우 다이아몬드 등급에 따라 수천만원대를 호가한다. 일반적으로는 백금, 플래티늄 등 재질에 따라 100만~240만원 수준이다.
종로귀금속 상가 한 관계자는 "프러포즈 반지는 보통 70~80만원대이고, 좀 더 비용을 들여 100만원대까지도 많이 한다"며 "다이아몬드 등급을 먼저 고르면 디자인에 따라 만드는 비용은 무료로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예물을 맞춰 놓고 그 반지로 프러포즈를 하는 '알뜰족'들도 있다. 예비부부가 함께 와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예물을 맞춘 뒤 이를 받으러 온 날 그 반지로 '프러포즈'를 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견례 전에 두 사람이 결혼하자는 약속으로 하는 게 프러포즈라는 의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남들 다 하는 것이란 형식이 중요해진 것 같다"며 "결혼 과정에서 신랑이 신부를 배려해주는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