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美 운동가의 외침 "사회주의의 몰락, 그럼에도…"

20년전 美 운동가의 외침 "사회주의의 몰락, 그럼에도…"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부장
2014.04.07 08:00

[Book]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

자본주의 본 고장 미국에서 교수, 작가이자 오랫동안 정치 사상가로서 사회주의 운동을 해온 마이클 해링턴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써 사회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의 책 를 쓴 건 1989년이다. 이 시기는 놀랍게도 현실 사회주의 소련이 몰락하기 딱 1년 전이다. 불치병을 선고받은 이후 쓰기 시작한 필자는 책 출간 직후 세상을 떠났으니 사회주의 몰락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저자의 주장을 돌이키면 놀랍다. 사회주의 실패 원인으로 마르크스가 제안한 고전적 이론이 일부 틀렸음은 당시에도 이미 제기됐던 사안이니 그럴 수 있다 쳐도,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자본주의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순된 현상은 그의 '예언'과 같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현대 자본주의 사회구조는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에서 정의한 것과 다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즉, 자본주의 사회는 거대한 프롤레타리아트와 소수의 부르주아로 구성되지 않는 다양화된 계층으로 분화돼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는 기업 중심적이고 독점 이윤을 추구하며 정부와도 뒤엉키며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성과 다양성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단일 국가를 넘어선 세계화 흐름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을 사회주의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세계화는 그가 20년 전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견고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자는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이 실패할 수 없었던 이 같은 요인을 '가설'의 형태로 제시하고, 이로 인해 현실사회주의는 자본주의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자본주의보다 못한 사회주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중의 참여를 자본주의보다도 더 배제하는 '반사회적인 사회화'다. 이 모습이 바로 몰락한(집필 당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몰락하게 될)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이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런 일탈된 모습을 사회주의로 간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는 저자의 관점이라면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은 실패가 당연하다.

하지만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사회주의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사회주의 희망'을 역설한다. 비록 현실 사회주의는 실패했다고 단언했지만 사회주의 운동이 있었기에 현재의 자유와 정의가 그나마 확보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현실 사회주의 실패의 원인을 정리한 이유도 '사회주의가 틀렸다'를 주장하거나 사회주의 운동진영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닌 '사회주의적 과제(5장-대번영 시대가 남긴 사회주의적 과제)'를 다시 제시하기 위해서다. 그에게 사회주의는 '백년도 더 된 낡은 이념'만이 아닌 것이다.

20년도 더 흐른 이 시점에서 마이클 해링턴의 사상과 현실 사회주의 몰락의 원인을 복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감수를 맡은 김민웅 교수(성공회대)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바로세우지 못하는 사회주의는 전체주의의 씨앗을 뿌릴 수밖에 없다. 진보의 시대를 어떻게 구상해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한다"고 말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천천히 그러나 결국은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저자의 생각을 곱씹다보면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반사회적인 사회화'의 결과물인 자본주를 극복한 사회, 바로 '민주적 사회화'가 통용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마이클 해링턴 지음. 김경락 옮김. 김민웅 감수. 메디치미디어 펴냄.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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