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용 밸브 성능인증 평가기준 '엉터리' 논란

수도용 밸브 성능인증 평가기준 '엉터리' 논란

김유경 기자
2014.06.27 06:11

밸브업계 "현 기준으로는 아무도 인증 못받아"…상하수도協 "평가시험 문제없어"

자료=상하수도협회, 밸브업체
자료=상하수도협회, 밸브업체

#수도용 밸브를 생산하는 경기 김포시 밸브생산업체 A사는 올해 초 '수도용 밸브의 적합기준'에 따른 인증을 받기 위해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제정한 인증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중도에 심사를 포기했고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회사는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다.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제정한 '수도용 밸브의 적합기준'(2014년 5월19일 개정) 중 감압용 밸브에 대한 적합성 평가기준이 적절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평가기준 자체가 '엉터리'여서 이 기준대로는 누구도 인증을 받지 못한다는 게 밸브업계 지적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협회가 제정한 수도용 감압밸브 적합성 평가기준에서 인용하고 있는 'KS B 6153' 규격은 급수용 감압밸브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실제 상수도 관로상에 설치되는 송·배수용 감압밸브 제품의 규격과는 맞지 않다.

A사는 실제 쓰이는 제품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개선돼야 할 기준으로 △적용범위 △제품구조 △개방 유량시험 판정기준 △역류방지시험 △부압작동 성능시험 △내한 성능시험 등 6가지를 꼽았다.

우선 수도용 감압밸브의 평가기준인 제품구조는 보일러에 들어가는 감압밸브다. 상수도 송배수 관로 밸브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크기부터 다르다. 개방 유량 시험 판정기준에서 제품의 호칭 지름은 25㎜ 이하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는데, 실제 사용되는 수도용 감압밸브는 50~1000㎜다.

A사 제품은 파일롯 방식 작동구조로 역류방지나 부압작동, 내한성능 등의 기능이 있어선 안된다는 게 기술 설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오래전 우리가 정부에 제안했던 KS인증 평가기준을 협회에서 가감없이 적용하면서 나타난 문제"라며 "현재 평가기준이 부적절한 이유를 협회에 알리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법에 따르면 수도용 자재와 제품은 2013년 1월26일 이후 위생안전기준(KC)인증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국가표준 KS인증, 환경표지 인증 등 6가지 중 하나)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감압용 밸브의 경우 KC인증과 상하수도협회가 제정한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협회 인증은 평가기준 자체가 잘못돼 있어 수도법을 위반하지 않고는 감압용 밸브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업체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상하수도협회는 제정 평가기준이 모든 제품을 다 반영할 수 없어 현장에서 제품에 따라 기준을 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감압밸브의 경우 맞지 않는 기준이 있어 별도의 규정을 만들었다"며 "파일롯 방식이 많아 이 제품에 맞춰 기준을 개정, 평가시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협회는 △설정압력의 허용차 시험 △압력특성 시험 △역류방지 시험 △부압작동 시험 등 4가지 기준 수치가 바꿨다. 하지만 2014년 2월28일자로 개정된 이같은 내용은 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한 5월19일 개정판 '수도용 밸브의 적합기준'에 반영돼 있지 않다. 바뀐 내용도 문제가 있다는 게 기술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 업체 기술이사는 "설정압력의 허용차 시험과 압력특성 시험 기준은 완화돼서 업체엔 유리해졌다"며 "하지만 역류방지와 부압작동 기준은 불필요한데다 개정된 내용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개정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감압밸브 : 송·배수관에서 수압을 낮춰주는 밸브

*부압작동 : 진공상태를 해소해주는 기능(송·배수관에서는 진공상태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능이 없음)

*내한성능 : 영하 20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송·배수관 밸브는 땅속에 설치되기 때문에 영하 20도까지 내려가지 않으므로 불필요)

*파일롯방식 : 감압밸브를 조절할 수 있는 또다른 감압밸브가 있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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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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