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디렉터]은퇴설계, 40세 정년제

직장인에게는 누구나 3번의 정년이 있다. 첫째는 직업의 정년(퇴직)이다. 이는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두번째는 일의 정년(은퇴)이다. 이것은 내가 결정한다. 그리고 세번째가 인생의 정년(죽음)이다. 이는 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2012년 7월 일본은 국가전략회의에서 '번영의 프론티어 보고서'를 통해 '40세 정년제'를 발표했다. 글로벌 추세는 정년연장이 대세이고 우리도 55세인 정년을 2016년부터 60세로 연장하기로 돼 있다. 일본 또한 정년 65세 연장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2012년 8월 통과돼 지난해 4월 시행됐다. 그런데 '40세 정년제'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고서는 '40세 정년제'가 '75세까지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오래된 종신고용제와 최근의 정년연장으로 기업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평생 두세번 전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맞는 말이다. 입사 후 40세에 일단 정년퇴직을 한 뒤 재취업하고 60세에 두번째 정년퇴직해 75세까지 일하고 은퇴한다면 인생을 세번 즐기는 셈이 된다. 개인은 전직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회사는 신진대사가 촉진되니 노사 모두에게 '윈윈'이다.
다만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조기퇴직 후 재취업할 때까지 1~2년 정도의 소득보상과 재교육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입사 10년차 정도에 유급안식년 휴가 사용을 허용해 젊을 때부터 회사 외부와의 교류를 확대하는 기회를 갖게 하자는 내용도 보고서는 제안한다. 결국 정부와 기업이 소득보상을 위한 재원마련과 재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이라는 부담이 제도 도입을 늦추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경기침체의 여파로 많은 직장, 특히 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 금융사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직장인은 퇴직하면 곧 은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비자발적 퇴직, '직업의 정년'일 뿐이다. 제2의 인생을 위한 전직의 기회로 생각하면 된다.
이때 재교육이나 1~2년 정도의 소득보장을 정부나 기업이 해주지 않을 수 있다. 재직 중에 각자 준비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때부터라도 '일의 정년' 때까지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 포기하기에는 남은 '인생의 정년'까지가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퇴직과 전직의 개념을 반드시 회사를 옮기는 것으로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같은 회사에서 주특기를 바꿔가면서 일의 정년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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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지점에서 주식매매영업을 하던 A대리의 사례를 보자. A대리는 실적부진으로 애로가 많았다. 시황전망이나 종목선택에서 번번이 실패해 고객에게 손실을 입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때마침 본사에서 법인대상 금융상품영업직원을 모집한다길래 보직을 바꿨다. 지금은 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했다.
비슷한 시기에 지점창구에서 업무를 담당하던 B양은 창구업무가 전산화되면 업무여직원의 상당수가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지점장의 충고를 듣고 영업직원으로 전환했다. 평상시 창구에서 고객들에게 싹싹했던 B양은 금융상품영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대형점포 PB팀장을 거쳐 몇 안 되는 여자지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40세 정년제는 일본 같은 특수한 사회제도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종신고용제 개념이 무너진 지는 꽤 오래됐다. 정년이 연장된다고 하지만 제도적 장치일 뿐, 평균 퇴직연령은 53세이고 45세까지 핵심 직장에서 근무할 가능성은 20%대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의 시니어들은 70대 초반까지는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75세까지 일하기 위한 40세 정년제의 기반을 정부나 기업이 만들어줄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환경을 만들고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을 바꿔가자"는 어느 기업의 사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