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내용 사후 수집해도 편법 아니다

통신내용 사후 수집해도 편법 아니다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10.30 05:32

감청영장 기간이면 문제 안돼…무분별한 영장발부는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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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하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만큼 인기를 끌던 메신저 업체 카카오톡.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으로 초대형 IT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던, 그야말로 잘나가던 기업이 하루아침 위기에 봉착했다. 그 위기는 검찰의 온라인 모니터링 계획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종로경찰서의 압수수색으로 카카오톡 친구 3000명의 대화 내용이 수사기관에 압수당했다고 주장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정진우 부대표가 위와 같이 주장한 것이 지난 10월 1일이었으나, 보름이 넘어서면서 차츰 진실(온라인 모니터링은 압수수색이나 감청과는 전혀 별개라는 것과 카카오톡 친구 3000명의 대화 내용을 전달되지 않았다)에 대한 오해가 풀려가고 있다. 그러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국민들이 느낀 불안감과 카카오톡이 입은 유무형의 피해는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이번 논쟁에 대한 본질이 개인의 사생활이 위협받고 있다는 대중의 인식, 즉 ‘신뢰의 위기’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카카오톡은 신뢰의 위기라는 질타를 받을 만큼 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일까? IT법률가로서 말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단언컨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13일 다음카카오 대표가 앞으로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카카오톡이 감청영장에 협조해 온 방식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청은 실시간으로 통신내용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서버에 저장된 메시지를 제공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감청영장의 대상 기간 중 서버에 저장된 통신기록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감청이 실시간으로 통신을 엿듣는 것이란 인식은 과거 음성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이던 시절에 통화 시에만 녹음이나 청취가 가능했던 사정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과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급 등 통신의 환경이 달라진 이상 관련 법해석도 그에 따를 필요가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은 전기통신을 지득 또는 채록하는 것이며 집행 방법에 대한 제한은 없다. 실질을 중심으로 감청과 압수수색을 구분해보면, 압수수색은 송수신이 완료된 과거의 통신내용을 확보하는 것이고 감청은 판사가 장래의 통신에 대해 확보할 것을 미리 허가하는 것이다.

전기통신이 음성전화에서 인터넷 서비스로 발달한 지금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의 서버에는 이용자들의 통신내용이 실시간으로 남는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회선 서비스처럼 그 통신내용이 기록되지 않는 서비스를 감청하려면 특별한 장비를 설치해서 이를 실시간으로 기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버에 통신내용이 기록되는 서비스의 경우 감청 영장상 허가된 기간 동안 대상 통신기록을 확보하면 된다. 이것은 미리 허가된 감청의 집행이다.

전통적 상황에서 팩스나 녹음기가 달린 음성전화기를 감청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감청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은 출력이 완료된 팩스용지를 복사하거나, 녹음된 음성 테이프의 사본을 만들어 통신내용을 입수하면 되지 굳이 회선을 따내어 다른 팩스나 음성전화기를 설치하는 방법을 쓸 필요는 없다.

판사가 허가한 것은 장래의 일정기간 동안 통신내용을 획득하라는 허가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메일이나 메신저의 대화내용은 서버에 실시간으로 기록되므로 감청영장의 집행기간 중 이루어진 통신내용을 사본하면 감청영장의 집행이 되는 것이다. 이와 달리 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시간으로 통신내용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직접 통신내용을 기술적으로 알아내는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그것은 압수수색의 집행이며 불법이라는 논리는 감청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감청에 대한 법원의 허가 제도는 과거 불법감청이 자행되던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하고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범죄수사와 조화를 꾀하기 위하여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도입된 민주적 제도다. 우리나라의 감청제도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정해진 내란 외환죄 등 중대 범죄에 한해 법원의 허가를 통해서 집행된다.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 명예훼손 등에 관해서는 감청영장이 발부될 여지가 없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이와 같이 근대시민혁명의 소산으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등장한 영장제도와 감청허가제도가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수사기관의 과잉권력 행사로 비춰지는 것일까? 이같은 부정적 인식이 형성된 배경으로 수사기관과 사법기관도 한 몫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은 손쉽게 통신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이용자 간 통신내용을 일정 기간 보유하는 IT업체를 압수수색과 감청의 주 대상으로 삼았고, 이 과정에서 영장과 감청허가서가 과하게 발부되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T기업 입장에서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검사가 청구하고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과 감청허가서의 집행에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에 다음카카오 외에도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은 이러한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여 업무를 처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업무협조는 인터넷기업이 자신의 비용과 설비 및 인력을 통해 진행한 선의적인 협조로 어찌 보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 측면 마저 있다. 따라서 다음카카오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도외시하고 더 나아가 이용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자의적으로 제공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

또 이는 감청제도와 관련한 법 규정의 오해와 인터넷 기업의 업무현황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음카카오가 감청불응을 선언한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최근의 신뢰위기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그 동안 충실하게 법을 준수해온 기업이 이런 극단적인 선언을 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 논리상의 위법과 적법에 관한 논쟁보다 다음카카오가 극단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오해를 해소하고 다시는 이러한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세계의 IT산업은 총성 없는 전쟁터라 할 만큼 치열한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선점하기 위한 경쟁 중 타사에게 선수를 내어준다면, 그 결과는 낙관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 여러 IT기업의 자문변호사로서 활동해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IT강국 코리아의 밑바탕에는 우리 IT기업의 피땀 어린 선전이 있었다. 이러한 선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법을 준수하고 창의와 열정을 불태워온 값진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IT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는 못할망정, 법과 제도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글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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