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불가 암호화, 철벽 시스템이 온다

도청 불가 암호화, 철벽 시스템이 온다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10.30 05:31

새로운 패러다임 제공할 양자기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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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에드워드 스노든 미국 전 중앙 정보국(CIA)요원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을 폭로하면서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양자컴퓨터 개발 참여를 발표하기도 했다. 물리학과가 있는 대학의 공대생은 ‘양자역학’을 수강신청했다가 포기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슈레딩거의 고양이, 불확정성의 원리, 그리고 〈Φ|ψ〉등의 알 수 없는 기호들로 학생들을 괴롭혔던 양자역학이 21세기에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양자기술은 10나노미터(㎚) 이하에서 일어나는 고전 물리와 다른 현상을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해 빠른 연산, 정밀한 측정, 그리고 완벽한 보안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크게 분류하면 고전 물리와 다른 부분의 근본적 원리를 파악하는 ‘과학’과 이미 과학과 수학에 의해 증명되고 재현이 가능한 몇 가지의 현상을 ICT에 접목시키는 ‘기술’로 나눌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과학은 지금도 많은 국내·외 과학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투자해 기존 법칙에 대한 검증과 함께 새로운 법칙을 찾아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첩, 복제불가의 원칙, 얽힘, 순간이동 등 검증되고 재현이 가능한 네 가지 과학을 ICT에 접목해 기술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양자암호, 양자컴퓨터 등이 대표적이다.

양자역학 특성에 ICT 접목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 ‘중첩’이다. 이 중첩된 상태는 관측자가 관측을 하게 되면 입자의 성격만 보이고, 관측된 빛은 다시 중첩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이를 통해 도청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기술이 개발됐다.

또 두 개의 양자(예:이온 또는 원자)는 ‘얽힘’ 상태로 만들 수 있는데, 중첩과 얽힘을 이용하면 연산이 슈퍼컴퓨터보다 수천만 배 빠른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산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자암호통신기술은 현재 아이디퀀티크(IDQuantique, 스위스), 퀸테센스랩(QuintessenceLab, 오스트레일리아), 화이트우드 인크립션 시스템(Whitewood Encryption System, 미국), 퀀텀C테크(QuantumCTech), 콰스카이(Qasky, 이상 중국), 도시바(Toshiba), NEC(이상 일본) 등에서 상용 장비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간 퀀텀 백본(Quantum Backbon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미국 바텔연구소(Battelle Memorial Institute)와 스위스 아이디퀀티크는 미국 내 콜럼버스와 62km 떨어져 있는 더블린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 10월 20일 부산에서 ITU전권회의와 함께 열린 ‘월드IT쇼’에서 상용 장비를 위한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시연했다. 특히 SK텔레콤은 30년 이동통신사업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비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과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표준인 ‘ATCA(Advanced Telecommunications Computing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양자암호통신시스템을 개발해 상용 활용도를 높였다. 내년부터는 국가시험망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보안 통신의 중요성이 어느 나라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중첩 등 양자역학의 특성을 이용해 도청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또 양자컴퓨터는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연산속도를 통해 바이오인포메틱스, 빅데이터 처리, 교통관제, 휴머노이드, RSA(Rivest Shamir Adleman) 등 기존 암호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군사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록히드마틴, 일본의 NEC 등 각국의 국책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양자컴퓨터에서는 기존 컴퓨터에서 ‘비트’라고 불리는 단위와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단위인 ‘양자비트’를 사용한다. 양자비트는 0과 1, 그리고 중첩된 상황을 모두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양자비트의 수와 얽힘의 수, 그리고 연산을 위한 알고리즘이 양자컴퓨터의 핵심 요소들이다. 현재 양자비트를 만드는 방식 중에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방식은 이온덫 기반, 초전도체 기반, 반도체 기반 등 세 가지다.

각각의 기반 기술들은 서로 장단점을 갖고 있어 어떤 기술이 가장 빠르게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최근 들어 각각의 기술마다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내고 있다.

국내도 양자기술 개발 활기

SK텔레콤은 국내 산업계에서 유일하게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이온덫 기반의 양자중계기를 개발하고 있다. 양자중계기는 두 개의 양자비트를 활용해 양자정보를 순간이동 시킴으로써 현재 상용화 준비 중인 양자암호시스템의 거리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자중계기의 양자비트 숫자를 늘리면 바로 양자컴퓨터로 활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6개의 양자비트를 포획하고 제어하는 것에 성공해 양자컴퓨터로의 활용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이 활용하는 이온덫 기술은 양자비트를 만드는 세 가지 기술 중에 유일하게 눈으로 볼 수 있는 양자비트를 만들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터븀(Yb) 원자를 이온화해 MEMS 칩(Chip) 위에 포획했다. 이터븀 이온의 지름은 0.4나노미터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초전도체 기반의 양자비트를 연구 중이다. 서울대, 서울시립대, KAIST 등 학계에서도 양자비트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 하나 양자기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진정난수생성기술’이다. 현재 거의 모든 암호화에 사용하는 난수생성기술은 의사난수다. 그런데 다양한 공격방법이 알려지고 있어 암호화에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난수란 무작위성을 가진 수의 집합이다. 난수의 중요한 조건은 예측 불가능해야 하고, 이전에 생성된 숫자와 연관되지 않아야 하며, 생성된 숫자들의 분포가 균일해야만 한다.

난수를 생성하기 위해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의사난수를 활용하지만, 이는 진정한 난수생성 기술이 아니다. 길이가 긴 난수를 생성할 경우, 특정한 패턴을 갖게 되거나 이전의 난수열로부터 다음 난수열을 예측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연 진정난수는 생성할 수 없을까? 양자기술을 활용하면 진정한 난수를 생성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통신기기에 필요한 난수를 생성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의사난수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니콜라스 지생 교수팀은 저렴한 가격으로 양자기술에 기반 한 진정난수를 생성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지생 교수팀은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에 들어있는 CMOS 이미지 센서를 활용한다. CMOS 이미지 센서는 빛을 인식해 디지털화 시키는데,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은 빛을 인식한 센서가 이를 전자로 바꿔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이 때 발생하는 잡음을 ‘샷(Shot) 잡음’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양자잡음’이라고 표현하며 진정한 난수를 만들어 내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 양자진정난수 생성기술은 저가화가 가능하므로 현존하는 모든 보안통신의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연간 100억 개 이상의 통신 디바이스가 생산되고 있는데, 모든 통신 디바이스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모바일 단말, PC, 태블릿 등은 물론이고 가정의 모든 셋톱박스, 스마트TV, WiFi 액세스 포인트, 블루투스 등 모든 통신기기 및 금융용 일회용 비밀번호(OTP)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은 양자암호통신기술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그리드 네트워크, 개인 헬스 데이터 등에서도 완벽한 보안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양자기술은 세상의 모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반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이론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광케이블을 통해 보내지는 데이터 속도를 1000배 또는 100만 배 이상 빠르게 보낼 수 있는 기술들도 소개되고 있다. 또 스텔스 항공기를 찾아낼 수 있는 레이더, 심지어 의료 장비 성능 개선, 반도체 기술 성능 향상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21세기는 ‘양자정보통신기술의 시대’라고 불리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적극적으로 양자기술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국내에서도 양자기술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SK텔레콤 양자암호시스템.
세계 각국이 적극적으로 양자기술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국내에서도 양자기술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SK텔레콤 양자암호시스템.

장기 관점서 양자과학 투자 절실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이래 그동안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국내의 양자정보통신 기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미 시작됐으며 향후 양자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악했던 이 분야의 환경을 돌아 봤을 때, 단순히 산업화를 위한 기술발전의 목표설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건강한 기반까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과학에 대한 투자는 기술 발전의 기초가 된다. 21세기가 끝나려면 앞으로도 86년이나 남았다. 양자정보통신기술의 21세기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관점을 갖고 양자과학부터 투자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이 양자과학과 양자기술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글 곽승환 SK텔레콤 ICT기술원 퀀텀테크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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