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검열 피해 만든 보안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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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에 대한 검·경의 검열 논란 이후 시작된 ‘탈(脫) 카톡’ 추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자칫 검열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사용자들의 불안감은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Telegram)으로의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텔레그램은 공식 한글 앱을 내놓으며 한국 사용자 끌어들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대안 메신저로 급부상한 텔레그램에 대해 알아본다.
텔레그램은 니콜라이 두로프와 파벨 두로프 형제가 개발해 2013년 8월에 출시한 메신저다. 이들 형제는 ‘브이깐딱쩨(ВКонтакте. vk)’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들었는데, 사용자 수가 2억 2800만 명에 이르러 ‘러시아의 페이스북’으로 불린다. 이들은 지난 4월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시위대 명단 공개를 요청을 거부했고, 이에 따른 불이익을 받자 러시아를 떠났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사찰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스토리에 끌려 텔레그램에 가입하기도 했다.
개인정보 보호받으며 이야기할 권리 강조
텔레그램은 ‘개인정보를 보호받으며 이야기할 권리(Tal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를 모토로 만들어졌다. 텔레그램은 대화에 암호를 설정할 수 있고, 자신이 받거나 보낸 메시지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도록 삭제할 수 있다. 파벨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고, 보안과 암호화 기술은 니콜라이 두로프가 맡고 있다. 수학자인 니콜라이 두로프는 텔레그램에 쓰이는 프로토콜인 ‘MT프로토(MTProto)’를 개발했다. 이 프로토콜은 대화 상대를 일일이 암호화할 수 있다. 또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으며, 서버가 해외에 있어 모니터링이 수월하지 않다는 보안상의 장점이 있다.
●주요 사업내용=텔레그램은 기본적인 텍스트 형식의 메시지 이외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비롯한 파일(doc, zip, mp3 등)까지 전송할 수 있다. 또 최대 200명과 그룹 채팅이 가능하고, 단체 메시지 리스트 기능을 이용해 최대 100명에게 한 번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단체 메시지 리스트 기능은 그룹과는 다르다. 그룹은 그룹 채팅방이 새로 만들어지지만, 단체 메시지 리스트를 이용해 메시지를 보낼 경우 수신자는 일대일 채팅방에서 메시지를 받는다. 자신 외에 누가 메시지를 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는 문자와 이메일이 합쳐진 개념이다.
텔레그램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접속해 사진과 동영상, 일반 파일을 교류할 수 있다. 또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 센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뛰어나고 전송된 메시지는 해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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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은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 프로젝트다. 일반적으로 영리 기업이 되면 금전적 이익 창출을 위해 기업의 가치와 타협하는 상황을 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텔레그램은 광고를 넣거나 투자도 받지 않으며, 다른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또 사용자를 모으는 것 보다는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메신저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성과와 반응=국내에서 텔레그램과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검·경의 사이버 사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 신설을 발표한 지난 9월 18일 이후 텔레그램 사용자가 급증한데 이어 왓츠앱 국내 다운로드 순위도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텔레그램을 앞세운 사이버 망명의 흐름이 단순히 지나가는 유행이 될 가능성도 있다. 메신저 서비스는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 그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수록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보고 소비하게 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특정 브랜드의 의류나 화장품이 유행을 타서 너도나도 입고 소모하는 모습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운영방식=벨 두로프는 ‘디지털 포트리스 펀드’를 통해 텔레그램을 후원하는데, 운영을 위한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텔레그램의 자본을 모두 소진한다면 사용자에게 기부를 부탁하거나 결제를 강요하지 않는 유료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메신저 중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T프로토 프로토콜을 사용하며 빠른 속도와 안전성을 제공하는 알고리즘으로 신호가 약한 지역에서도 전달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리고 꾸준히 안전성을 보완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현재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아랍어, 포르투갈어를 지원한다. 이외의 언어를 업데이트 하고 있지만, 급할 경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텔레그램이 제공하는 ‘익스터널 랭귀지 팩(external language pack)’을 설치하면 자유롭게 텔레그램을 본인이 원하는 언어로 쓸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소스코드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코드와 소스만 공개됐지만, 앞으로 모든 코드와 소스가 공개될 것이다.
제3자 모니터링 원천 봉쇄
●서비스 특징=텔레그램은 철저하게 보안에 신경을 쓴 메신저 서비스다. 제3자가 모니터링 하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아놓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화창에 옵션을 걸어 둘 경우 메시지 확인 후 2초 또는 1주일 등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도 적용돼 있다. 단순히 메시지 창에서만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서버에서도 사라진다. 스냅챗도 이 기능으로 인기가 높고 페이스북 또한 이 같은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또 광고가 일절 없기에 가볍고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해킹에 뚫린 적이 없어 보안이 잘 돼 있는 서비스로도 알려져 있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12월 파벨 두로프의 후원으로 서버 코드 암호를 깨는 사람에게 20만 달러를 상금으로 주는 이벤트를 개최했지만 아무도 뚫지 못했다.

사이버 망명 계속될지는 ‘미지수’
텔레그램은 두로프 형제의 지론이 담긴 서비스이자 러시아 정부에 대한 반발심리가 반영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검열 허용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검열을 할 수 없게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독일에 위치한 본사와 하나의 클라우드로 이뤄진 데이터베이스, 하나의 클라우드만을 보호하는 강력한 암호화 시스템, 고객이 원할 때 서버 내에서도 지울 수 있는 데이터 관리기법 등을 통해 개개인이 원하지 않으면 정보에 접근조차 불허하는 시스템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모국을 떠난 망명객 두로프 형제가 만든 메신저 서비스에 국내 사용자들이 망명객을 자처하며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애플 앱스토에서 국내 사용자가 가장 많이 검색하고 다운로드 하는 메신저 서비스가 바로 텔레그램이다. 이러한 메신저 서비스 망명 행렬을 두고 카카오톡의 위기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판단은 시기상조다. 사용자들의 관성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수의 대화 상대를 포괄하지 못하는 메신저 서비스는 존재가치가 취약하다. 텔레그램이 키워드가 된 이번 일련의 과정은 정치가 산업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로 봐도 무방하다. 눈앞의 정치 이슈를 이유로 자국 IT 산업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비즈아이컨설팅 노창훈·이광민·최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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