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대학생도 '집걱정' 청년 주거빈곤①]서울 청년 '주거빈곤' 전국 1위

#수연씨(가명·24)가 처음 얻은 '내집'은 서울 신촌 모텔촌 안에 있는 원룸이었다. 전세금을 마련할 수 없어 구한 월 48만원짜리 방이었다. 외부로 창이 난 방은 3만원 더 비쌌다. 고민 없이 창문 없는 방을 택했다. 한달동안 꼬박 번 돈 절반이 집값으로 나갔다. 햇빛이 들지 않는 방에서 옆방 남자의 알람소리에 잠이 깨는 생활을 반복했다. 3달쯤 살자 머리가 아프고 피부가 말랐다. 더이상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반전세에 월세 60만원을 내는 친구 집에 룸메이트가 나가 방이 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에게 매달 월세 35만원을 주기로 계약하고 그날로 짐을 쌌다. 수연씨는 "친구집 전세 계약이 끝나면 다시 살 집을 찾아 떠돌아야 한다"며 "난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주거 빈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전월세 상한제'나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풀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14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정부의 부동산경제 활성화법안을 논의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소위에서 전세금을 연간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일명 전월세상한제)을 꼭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세입자가 원할 경우 1년 동안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계약갱신청구권)과 모든 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과 계약기간을 의무적으로 신고해 공시하는 임대사업자등록제도 추진된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는 시장 질서를 왜곡해 오히려 전월세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내년 매입·전세 임대물량을 4만호에서 5만호로 추가공급하고 추가분을 전·월세 불안 우려지역에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로 계획했던 매입 전세 잔여물량 1만4000가구도 11월까지 조기 공급하고 12월 중 3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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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 불안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서울시 청년가구의 주거실태와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가장 가난한 청년층(소득1분위 만19세~39세) 39.5%는 '주거빈곤' 상태다. 최저주거 기준인 '걸어서 세발자국'(14㎡)도 떼지 못하는 집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이 늘고있다.
유럽에서는 지출 대비 주거비가 30% 이상이면 성별이나 세대와 상관없이 '주거약자'로 분류된다. 한국에는 특히 서울에 이러한 주거약자가 몰려있다. 학교 때문에 서울로 상경한 '대학생'들 때문이다.
서울 자치구별 청년 주거빈곤율을 보면 관악구 대학동이 62.2%로 가장 높고 광진구 화양동(52.4%), 성동구 사근동(51.6%)이 뒤를 잇는다. 모두 '대학가'라 불리는 동네다.

대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문제는 쉽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는 기숙사에 '당첨'되는 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복지국가네트워크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서울 소재 주요 33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9.8%에 머물렀다. 아예 기숙사가 없는 학교는 4곳이었고 절반 이상은 수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학교밖'에서 살만한 집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복지국가네트워크가 조사한 서울지역 18개 권역에 저가 원룸 월세는 평균 41만원이었다. 여기에 관리비 등 주거유지비 10만원 가량이 추가된다. 한달에 50만원을 꼬박 월세로 나가는 것이다.
총 주택비의 20%까지 치솟은 근거없는 관리비에도 꼼수가 숨어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가 월세에도 세금을 부과하자 월세를 낮추는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50만원짜리 집인데도 번듯한 곳은 아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대학 주변 원룸형 빌라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건축물이라고 전했다. 원룸을 지으려면 일정부분 주차장을 설치해야 하는데 임대업자들은 이를 불필요한 공간으로 판단해 독서실이나 학원, 고시원으로 등록해 방 갯수를 늘린다.
청년주거실태보고서에서는 쪽방이나 비닐하우스 등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사는 서울 청년이 36.3%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