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학 축제의 가격표①

대학 축제의 '아이돌 섭외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라인업이 곧 학교 체급'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한 결과다. 일부 대학은 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연예인 섭외에 쏟아붓는다. 유명 가수 섭외에 학생회비 대부분을 사용함에 따라 다른 행사나 학생 복지 증진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주요 대학들의 축제 예산은 1억~4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연예인 섭외비 비중이 40~8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축제에 연예인 섭외비가 '억 단위'로 투입되는 셈이다.
서울 소재 A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을 많이 부르다 보니 축제 예산의 80% 정도를 연예인 섭외비로 지출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소재 B대학은 올해 축제 전체 예산 4억원 가운데 1억7000만원을 연예인 섭외에 편성했다. 또다른 서울 소재 C대학 역시 전체 예산 3억원 가운데 약 40%를 연예인 섭외에 썼다.
가수 출연료뿐 아니라 섭외 수수료 부담도 작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은 전문 대행업체를 통해 연예인 섭외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대행 수수료는 섭외비의 10% 안팎으로 책정돼있다.
서울 소재 D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학가에서 섭외 대행사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필수 절차"라며 "학생 수요조사를 토대로 원하는 연예인을 정한 뒤 조건이 맞는 대행사를 찾아다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섭외 대행업체 스타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연예인 섭외 단가는 △톱급 K팝 그룹(4세대 메인) 6500만~1억2000만원 △중견 K팝 그룹(3세대 정상권) 3500만~5500만원 △신인 K팝 그룹(데뷔 1~3년) 1200만~250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파 같은 인기 아이돌의 경우 기본 섭외비가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대학 축제는 학생 대상 행사라는 상징성과 홍보 효과를 고려해 일반 행사보다 30% 정도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회비 90% 투입"…협찬 적으면 부담도 가중
학생 자치와 참여의 상징이었던 대학 축제가 '아이돌 라인업' 경쟁 구도로 바뀌면서 학생회비 대부분이 축제에만 쓰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학 축제 예산은 △학교 부담의 교비 △재학생이 내는 학생회비 △기업 등으로부터 받는 협찬금 등으로 마련된다. 과거에는 졸업생이나 지역 상인 등의 외부 후원도 일부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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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수 섭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학생회 부담도 커진다. 경기도 소재 E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가용 예산이 많지 않아 1학기 학생회비의 90%를 학교 축제에 투입했다"며 "이월금과 예비비 등 남는 예산도 최대한 끌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협찬을 많이 유치한 대학은 상대적으로 학생회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B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올해 축제 예산에 학생회비는 4분의 1 수준인 800만원을 투입했고 기업 협찬으로 약 1억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기업 협찬이 많아지면 축제 상업화 우려도 커진다. 하지만 학생회는 학생들의 기대 수준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C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 입장에선 학교에서 연예인을 볼 기회가 적다 보니 기대치가 높다"며 "적은 축제 예산을 가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