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유통, 가격 횡포 구조부터 바로 잡아야…병행수입 활성화로 상품 경쟁력 강화 시급

직장인 박민영 씨(38)는 한 달에 4∼5차례꼴로 해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해외직구 마니아다. 시간 날 때마다 해외 쇼핑몰에 접속해 최신 유행의 옷과 구두, 가방을 비롯해 비타민과 주방용품까지 주문한다. 박씨는 "직구를 처음 시작하던 3년 전만해도 구입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배송이 오래 걸렸는데 요즘 직구는 정말 편해졌다"며 "직구를 시작한 이후 한국 백화점에서 거의 쇼핑한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해외직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한국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소비 침체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 쇼핑몰로 눈을 돌리는 직구족까지 잡아야 하는 것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해외보다 국내 판매가가 비싸다는 인식을 전환하는 것도 난제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해외직구를 하는 이유로 '한국 동일제품보다 싼 가격'을 1순위(76%, 복수응답)로 꼽는다. 이어 '한국에 없는 브랜드 구매'(37.8%), '다양한 상품 종류'(35%) 등을 해외 직구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결제방식과 환불.반품이 어렵고 배송이 늦더라도 값이 더 싸고, 상품만 좋으면 해외직구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일시적 행사에 맞불을 놓는 전략만으로는 직구족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발적인 할인행사나 미끼 상품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윤지나씨(24)는 "한국 유통 업체들이 해외직구보다 저렴하게 판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접속해보면 물량이 한정돼 있어 순식간에 매진되기 일쑤"라며 "이같은 구태가 반복되면 소비자들을 영영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승택 숭실대 경영대학원 금융서비스학과 교수는 "과거의 수익이나 가격 구조를 고집했다간 해외직구에 대항할 수 없다"며 "유통단계를 줄여 중간마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유통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병행수입을 활성화해 상품 구색을 늘리고, 가격도 낮춰야 한국 유통업계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일본은 2000년 병행수입 허가, 2005년 약사법 개정 등 관련 정책을 시행하면서 해외에 비해 1.8배나 비싸던 자국 내 수입화장품 가격을 1.3배까지 낮췄다.
김대진 KDB산업은행 조사분석부 연구위원은 "병행수입 활성화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독점 수입업체의 시장 영향력을 낮춰야 합리적 가격구조가 형성된다"며 "해외직구 타격이 큰 백화점이나 아울렛도 국내에 없는 신규 브랜드를 적극 발굴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