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양국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안을 발표했지만 법적 배상 문제는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합의안은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과 예산 지원 등을 골자로 하지만 법적 책임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계속해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그런 가운데 법원은 양국 합의안이 도출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정식 소송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할머니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신년에는 법적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향후 법적 절차 어떻게 진행되나…日 불응 일관해도 판결 선고 가능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조만간 정식 소송으로 진행된다. 일본 정부가 조정절차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 과정에서 일절 대응하지 않아도 우리 법원이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당초 12명의 할머니들이 2013년 8월 법원에 정식 소송이 아닌 조정 신청을 낸 것은 80대~90대의 고령인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소송으로 진행되면 사건이 1·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갈 확률이 높은데 그럴 경우 통상적으로 3년이 걸린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과 법무성은 우리 법원이 보낸 사건 서류를 반송하고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조정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등 불응으로 일관했다. 그 사이 12명의 할머니 중 2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에 더해 지난달 28일 양국 합의안에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한화 97억5500만원 상당)의 예산을 출연한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법적 배상에 대한 언급이 없자 정식 재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할머니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김강원 변호사가 지난 10월 정식 재판을 열어달라며 낸 신청은 결국 2개월 만에 받아들여졌다.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책임을 물어 1인당 1억원씩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도 비협조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지만 법원은 공시송달 등의 방법으로 절차를 진행해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공시송달이란 당사자에게 직접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법원 게시판 등에 게시로 갈음한 뒤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승소 여부에 대해서는 법조계의 전망이 갈린다. 다만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배상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법원에 집행을 위한 소송을 별도로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법적 책임 회피해온 日, "책임 공식 인정" 진일보한 만큼 입장 바뀔까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법적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도의적 책임'만을 강조해왔다. 그 근거로 삼는 것은 1965년 박정희 정권 당시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이다.
이 협정은 위안부를 비롯해 강제징용 등으로 빚어진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협정 2조1항은 '우리 국민의 재산·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본 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권리 소멸'을 이유를 들어 '보상이 마무리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협정 체결 50년 만에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 선고가 잡혀 관심이 집중됐지만 헌법소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헌재가 판단을 보류해 당사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만약 헌재가 청구인의 손을 들어준 결정을 내렸다면 대외적인 법적 효력을 갖진 않지만 우리 정부가 협상시 하나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입장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 정부는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하면서 '도의적 책임', '인도적 조치'와 같이 법적 책임을 비껴가는 언급을 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이전과 달리 법적 책임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가 수십년간 주장해온 대로 일본은 진심을 다해 '법적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배상'을 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지난달 29일 이 같이 강조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린 수요집회는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 신년에도 계속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