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뉴욕 타임스퀘어에 '문화재' 홍보영상 띄운다…국내 처음

LG전자, 뉴욕 타임스퀘어에 '문화재' 홍보영상 띄운다…국내 처음

김유진 기자
2016.06.0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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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키미' 1등 기업은 'LOL'의 라이엇게임즈…55개사 총 지원 규모 1억에서 10여년간 193억

LG전자는 좋은 일을 해놓고도 홍보를 못해서 누리꾼이 홍보를 대신해주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 당시, 아무도 이세돌의 셔츠 소매 끝 'G5'라는 글자를 보지 못했을 정도. '겸손한 마케팅'으로 눈에 띄지 않는 좋은 일을 하는 LG전자의 행보에 국민들은 '마케팅 바보'라는 농담을 보내곤 했다.

그런 LG전자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서 한국의 세계유산 홍보영상을 튼다. 올해 여름과 가을, 1개월씩 총 두 차례에 걸쳐 약 1분 길이의 세계유산 홍보 영상물이 하루 120차례씩 상영된다. 타임스퀘어를 통해 과거 비빔밥이나 막걸리 홍보 영상이 상영된 적은 있었지만, 우리 문화유산이 내걸린 적은 없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는 7월과 10월 타임스퀘어 내 LG전자 보유 전광판을 통해 상영할 예정"이라며 "문화재청이 예산을 사용해 광고한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가진 자산을 통해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리없이 문화재를 지켜 온 기업 후원

LG전자처럼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데 가장 앞장선 기업은 어디일까. 의외로 외국 기업이 1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영기 문화재청 활용정책과 전문위원은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만든 라이엇게임즈는 2012년부터 총 28억 원, 연 평균 5억 원을 문화재 보호·환수 및 전파에 후원했다"고 밝혔다.

LG전자, S-OIL 등은 그 뒤를 이었다. LG전자는 지난해 5억 원을 들여 해외 박물관 및 미술관에 나가있는 문화재를 3D 카메라로 촬영해 서울 경복궁 내 고궁박물관에서 '다시만난 우리문화유산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한 바 있으며, 경복궁 야간개장 당시 4억 원을 들여 TV 모니터를 설치해 전시하기도 했다.

S-OIL은 2008년부터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을 문화재청과 체결한 뒤 문화재인 천연기념물 보호기관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일에도 수달, 두루미, 어름치 등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보호기금으로 3억 원을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

그 밖에도 목조문화재를 망가뜨리는 흰개미를 잡는 '흰개미 탐지견'을 후원하는 에스원 등 지난해 기준으로 총 55개 기업이 193억 원을 후원했다. 처음 시작한 2005년에는 후원금이 1억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기업으로부터 32억 원을 후원받았으며 이 액수는 매년 커져가고 있다.

문화복지, 소비자 아닌 '국민'이 대상

기업들의 문화재 보호 활동은 그들이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에게 크게 내세울 활동이 아니다. 해외 유명 연예인을 초대해 공연하는 것처럼 화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이 문화재에 그다지 관심도 많지 않기 때문.

그럼에도 꾸준히 문화재를 후원하는 기업들은 즉각적인 홍보 효과보다는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후원활동을 하고 있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정된 예산으로는 지키기 어려운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고, 후대에 전파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홍보실장은 "본사 측에서 '단편적인 이벤트성 보여주기 말고, 비용이 많이 들어도 괜찮으니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회활동을 하자고 했다"며 "LOL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미국 허미티지 박물관이 소장 중이던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를 환수했을 때는 LOL 회원들이 '내가 게임 아이템을 사는 데 들인 돈이 문화재 환수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구 실장은 "한 달에 1차례씩 열리는 문화유산 강연에도 게임만 좋아하던 청소년들이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문화재 후원은 그 대상이 예술가나 소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메세나, 문화마케팅보다 한 차원 높은 '문화 복지'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저서 '사회복지 연구방법'을 통해 기업의 문화 사회공헌을 다룬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기업이 문화복지를 사회복지의 한 영역으로 인식하고 더 많은 지원을 한다면 국민의 정신·문화적 삶의 질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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