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없네" 연차까지 쓰고 편의점 뺑뺑이…3000원 빵이 뭐길래

"여기도 없네" 연차까지 쓰고 편의점 뺑뺑이…3000원 빵이 뭐길래

박다영 기자
2026.09.0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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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강남구 GS25지에스강남점에  '민음사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GS25지에스강남점에 '민음사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회사 근처 골목길 안쪽에 작아서 찾는 사람이 많지 않고 편의점에 갔더니 '민음사빵'이 두 개나 있어서 운 좋게 샀어요."

30대 남성 A씨는 최근 '민음사빵' 구매에 성공한 비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책을 좋아하거나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라면서 "(민음사빵이) 유행이라길래 샀는데 들어있는 책갈피가 귀엽고 빵도 생각보다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구할 수 있다면 한 번쯤 사보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A씨는 구매한 빵에서 세계문학전집 '레미제라블'과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책갈피가 나왔다고 자랑했다.

출판사 민음사와 캐릭터 IP 오늘의 귀여움이 협업한 GS25의 '민음사빵'이 지난달 21일 출시된 이후 전국적으로 품절 대란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빵은 출시 이후 지난 2일까지 누적 판매량 43만개를 돌파했다. 매장의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앱 '우리동네 GS' 가입자 수는 2.5배가 늘었다.

'구매 꿀팁'까지 봇물…1만원대 중고 거래도
민음사빵 구매 대란이 이어지면서 SNS(소셜미디어)에는 '구매 꿀팁' 콘텐츠가 잇따르고, 사은품으로 들어있는 책갈피의 중고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사진=유튜브, 당근
민음사빵 구매 대란이 이어지면서 SNS(소셜미디어)에는 '구매 꿀팁' 콘텐츠가 잇따르고, 사은품으로 들어있는 책갈피의 중고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사진=유튜브, 당근

빵이 유행을 타자 SNS(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는 '구매 꿀팁' 콘텐츠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네 편의점 입고 시간 미리 알아두고 맞춰 가기, '우리동네 GS' 앱에 표시되는 재고가 0이라도 믿지 말고 직접 매장에 가보기, 골목에 있는 매장 찾아가기, 점장과 친해지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20대 여성 B씨는 "앱에는 재고가 0으로 떠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매장에 가봤더니 있어서 샀었다"며 "유튜브에서 본 숏츠 덕분에 샀다. 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책갈피도 귀여워서 잘 쓸 것 같다"고 말했다.

빵에 사은품으로 들어있는 책갈피가 유행을 이끌었다. 민음사빵에는 투명 책갈피 20종 중 하나가 무작위로 들어 있다. 책갈피에는 민음사의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동물농장' 등 세계문학전집 15종과 시집 5종의 표지 디자인에 오늘의 귀여움 캐릭터가 담겨 있다. 귀여운 캐릭터에 '랜덤깡'이 2030 세대의 구매욕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책갈피 중고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원하는 책갈피를 교환하거나 판매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빵은 3000원대지만 종류에 따라 책갈피를 5000원에서 1만원대에 판매하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30대 여성 C씨는 "연차 쓴 날 아침에 근처 편의점 3곳을 돌아 구매했다"며 "'오만과 편견' 책갈피를 갖고 싶었는데 다른 게 나왔다. 빵을 사기가 너무 어려우니 책갈피를 당근에서 중고로 살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텍스트 힙 열풍이 만들어낸 '제2의 허니버터칩'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GS25강남점에  '민음사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GS25강남점에 '민음사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구매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편의점 매장과 출판사 모두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수요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공급이 따라갈 방법이 없는 상황인 것.

서울 강남구 수서동 한 GS25 매장 점주는 "민음사빵은 제2의 '허니버터칩' 같다"며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빵이 하루 한 번 딱 3개만 들어온다"며 "'어떻게 아신 건지 빵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매일 손님이 10분 정도 매장을 찾아오셔서 민음사빵을 찾으신다. 절반이 넘는 분들은 빵을 사지 못하고 돌아가신다"고 말했다.

조아란 민음사 마케팅부 부장은 지난 3일 유튜브를 통해 "민음사빵이 대란이라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인기가 많은 빵이어도 보통 1만개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민음사빵은) 하루에 최소 5만개 이상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빵 공장에서 빵을 찍어낼 수 있는 수량보다 최소 3~4배 정도 만들어내고 있다. 크림은 무려 하루에 4톤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공장에서 하루 5만개 이상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조금은 해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장에 가서 여러 개씩 구매하시면 못 보시는 분들은 영원히 못 보실 수 있으니 될 수 있으면 다음 분들을 위해 하나만 사 달라"고 호소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가 민음사빵 유행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텍스트힙'은 '독서하는 게 멋지다'라는 시각에서 책을 읽는 것을 넘어 텍스트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담은 수단으로 소비하는 흐름이다.

관련 행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지난해보다 1만명 늘어난 16만명이 찾았다. 민음사가 지난달 1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한 팝업 행사에는 1000여명이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텍스트힙이 향후 독서율 상승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후 가장 낮았으나, 20대(19~29세) 종합독서율은 75.3%로 2023년보다 0.8%포인트 오르며 모든 연령층 가운데 유일한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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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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