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1% 시장과 99% 시장

[CEO칼럼] 1% 시장과 99% 시장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이사
2012.06.15 07:04

한 시대를 풍미한 어느 CEO(최고경영자)의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이 시대의 주축이 돼가는 7080세대의 학창시절에 '세계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현 제약산업이 당면한 과제가 바로 '세계화', 곧 글로벌 시대 경쟁력이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제약산업 규모는 약 14조원으로 세계 시장 950조원 대비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1%의 시장에서 국내 400여개 완제의약품 제약기업이 제네릭(복제의약품) 제품을 통해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이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이다.

이 같은 경쟁의 파고를 넘어 1%가 아닌 99%의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산업도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 우리 제약산업이 추구해야 할 성장전략은 두 가지다.

우선 R&D(연구·개발) 투자 확대다. 혹자는 "R&D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표현한다. 그 이유는 국산신약이 국내에서 지금까지 18개 허가됐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록된 국산 신약은 1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세계 최대 제약기업의 1년 R&D 투자비용은 국내 의약품시장 규모에 버금가는 약 15조원에 달한다. R&D로 경쟁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R&D 투자 확대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골리앗이 항상 승리할 수는 없다. 다윗과 같은 선택과 집중이 제약산업에 요구된다는 말이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이 답을 개량신약에서 찾았고 2004년부터 개량신약 제제 개발을 위한 서방형 제제 연구를 시작했다. 빠듯한 기업살림 속에서도 지속 투자한 결과 7년째인 2010년이 돼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R&D 투자는 기업의 끊임없는 인내가 필요한 부분이다. 비록 당장은 기업 경영이 어렵더라도 R&D 투자를 줄여서는 안 된다. 미래 먹거리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전략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제약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 대비 10%에 불과해 아직 내수산업으로 인식된다. 현 제약산업 구조로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틈새를 찾아보면 바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일례로 유나이티드제약이 진출한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경우 인구가 6억명이 넘는다. 국내 인구의 10배 넘는 이들이 사는 곳인 만큼 제약산업에서도 성장잠재력이 크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화 기업이 되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수반돼야겠지만 무엇보다 제품 경쟁력이 중요하다.

해외임상과 글로벌 인재육성도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중견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비용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지원이야말로 국내 중견 제약사가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도록 해주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

1%의 시장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99%의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려야 제약사도 살아남을 수 있다. 제약산업을 내수형 정체산업이 아닌 성장형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제약사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약사 스스로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는 상황에서 제약사 스스로 환골탈태를 추구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생존의 길이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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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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