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민주주의 좌파, 철수와 원순을 논하다
마르크스이론의 석학인 영국의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주장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나 유럽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회장 같은 이들까지도 신자유주의의 부작용과 한계를 논할 정도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를 규정하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는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경제위기를 거치며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위기와 맞물려 한국도 엄청난 격변기를 맞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분다.
안철수와 박원순이 그 중심에 있다. 지난해 안철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택하고 대신 박원순을 지지했고, 그는 무소속 최초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그리고 안철수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됐다. 많은 이들이 '안철수의 생각'을 궁금해 하면서 책이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안철수나 박원순이나 모두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낳은 인물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을 인물 차원로만 보지 말고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 12월 벌어질 대선에서 안철수라는 변수가 가져올 정치 혁신과 사회 변화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이에 대표적 진보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역동적인만큼 큰 혼란을 갖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책 '민주주의 좌파, 철수와 원순을 논하다'을 펴냈다.
스스로를 '급진 좌파'라고 칭한 저자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한국의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보다 높은 '사회적 공공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에 따르면 새로운 사회상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난 '안철수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전반적인 사회의 보수화에 따라 출범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부터 논의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반독재 민주화 세력이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와 세계화의 사회적 파장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데 실패하면서 나타난 실망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권력 핵심인물 상당수가 구속될 만큼 부패하자, 사회가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이에 박원순과 안철수가 나타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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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질서에서 자본은 공적 통제를 벗어나 전 사회적 질서로 확산됐고, 자본이 던지는 국제경쟁력이라는 담론으로 인해 공적인 사회적 이슈가 완전히 뒤로 밀렸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회 해체 위기에 대항하는 움직임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사회적 공공성을 담아내는 민주주의에 대한 동력이 생기게 됐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보수 여당조차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논하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질서 시절부터 일찌감치 복지를 주장했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고 놀랄 정도다.
저자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박정희 성장 모델을 넘어설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그 대안으로 '사회적 완충국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지구적 불안에 대응해 국민경제적 불안을 적극 보안하고 상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중이 필요한 것을 자본재가 아니라 공공재로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중의 높은 기대수준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보수정치 세력에게도 영국과 미국의 경우처럼 진보적 철학을 보완한 이른바 '온정적 보수주의'로 발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책의 논지대로라면 아직도 20세기 반독재 민주화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야당에겐 집권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도래한 새로운 시대의 '불안'을 해소하고 싶다는 안철수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해 새로운 정신으로 무장해야 하고, 이를 통해 '온정적 보수'로 변신해 사회적 주도권을 계속 이어가려는 여당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 다음 정권은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가질 수 있게 되고 21세기 한국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