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딜]디플리, 25억 규모 신규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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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연구 수준에 머물렀던 소리 데이터를 AI 기반으로 산업 현장에 실제 적용하고, 고객 확보까지 해냈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소리 데이터 활용 연구는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수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영역이다. 하지만 기술 검증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 단계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하러라도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기준엔 미치지 못했던 탓이다. 그런데 한 민간 스타트업이 그 벽을 허물자 투자자들이 움직였다. 산업용 음향 AI 솔루션 기업 디플리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최근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수인베스트먼트캐피탈, 노틸러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가 2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디플리는 사람 귀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소리 차이를 AI로 분석해 기계 부품의 품질검사·체결음 검사·예지보전 등에 활용하는 '리슨 AI'를 서비스한다. 이는 지하철이 역으로 들어올 때 승강장에서 느끼는 소음 수준인 100데시벨(dB) 환경 속에서 불량품이 내는 1.77dB의 미세한 이상 신호를 정확히 잡아낸다는 설명이다. 1.77dB은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약 20dB)보다도 훨씬 작은, 사람의 귀로는 사실상 감지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다.
리드 투자자로 나선 데브시스터즈벤처스의 이승우 상무는 "소리 데이터를 다루는 스타트업 중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내는 사례는 보기 드물었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디플리는 정부세종청사 체육관에 설치한 '체육 문화시설 위험감지 솔루션'을 비롯하여 대기업 A사의 '체결음 감지 이상분석 솔루션', B사의 '건설현장 위험 및 소음 감지 솔루션' 등 20여 곳에 리슨 AI 기반 제품을 납품하거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슨 AI 도입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디플리에 따르면 불량 검출 정확도는 96~99.6%에 달한다. 검사 시간은 최대 60% 단축했다. 초기 설치 후 투자 회수(ROI) 달성 기간은 약 6~9개월로, 도입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동안 소리 데이터 상용화가 어려웠던 이유는 뭘까. 이 상무는 "영상이나 이미지 데이터는 공개 데이터셋이 풍부해 범용 학습이 가능하지만 모터 이음, 커넥터 체결음(락킹음), 엔진 구동음 등 특정 기계가 내는 소리는 공개된 데이터셋이 없고 기계마다 달라서 일반적인 학습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데이터만이 아니다. 그는 "시끄러운 제조 환경에서 원하는 소리만 추출하고 노이즈를 제거한 뒤, 거기서 의미 있는 인덱스를 뽑아내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는 AI 엔지니어링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신호 처리 역량까지 갖춰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디플리는 이를 신호 처리와 AI를 동시에 다루는 융복합 엔지니어링팀을 꾸려 풀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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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제조업 현장에선 숙련된 작업자가 기계 소리를 듣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청각 이음 검사'를 한다. 하지만 고소음 환경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이는 검사 수율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이 상무는 투자 전 디플리와 함께 실제 고객사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현장에서 소리 기반 품질 진단을 담당하던 직원이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될 만큼, 리슨 AI가 그 자리를 실질적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기술력 못지않게 이수지 대표의 뚝심과 민첩한 경영 판단, 현장 소통 능력도 투자자 신뢰를 얻은 요인으로 꼽힌다. 디플리는 처음부터 제조 품질검사를 겨냥한 회사가 아니었다. 2017년 소리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육아·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다, 2024년 제조 현장 설비 소음 분석에서 기술의 확장성을 발견하고 피봇을 단행했다. 사업 방향은 바뀌었지만 7년간 축적한 음향 분석 기술 자산은 고스란히 살렸다는 평가다.

장기 성장성에 대한 확신도 내비쳤다. 이 상무는 글로벌 기업들이 추진 중인 '다크팩토리(무인 스마트공장)'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대를 언급하며 "사람 없는 공장, 피지컬 AI 로봇이 활동하는 제조 라인에서는 카메라(눈)에 더해 소리를 감지하는 '귀' 역할이 반드시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디플리가 지금부터 산업 현장의 소리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데이터가 갖는 의미까지 파악해둔다면, 로봇 기업과의 자연스러운 융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글로벌 시장을 살펴봐도 소리 데이터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플레이어가 많지 않다"며 "디플리가 이 분야에서 리딩 그룹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디플리는 북미 지역 베어링 제조사와 완성차 제조 라인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며, 오는 22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오토메이트 2026' 참가를 계기로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