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에 운 '1살' 헤지펀드…양극화도 심화

'롱숏'에 운 '1살' 헤지펀드…양극화도 심화

최경민 기자
2012.12.06 08:03

19개 중 10개가 '마이너스'…삼성·미래에셋은 선방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이후 수익률 현황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이후 수익률 현황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 1주년을 맞았지만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설정액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헤지펀드 태반이 원금을 까먹은 것으로 드러난 때문이다.

부진한 수익률의 중심에는 '롱숏전략'의 실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 중 80%가 롱숏전략을 구사했다. 다만 일부 운용사들의 경우 수익률을 점차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어 실적 양극화 추세도 나타나고 있었다.

◇덩치 7배 커졌지만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출시된 19개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1조167억원으로 집계됐다(11월 29일 기준). 1년 전 출시 당시(약 1500억원)보다 덩치가 7배 가까이 커진 수치다.

하지만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헤지펀드는 9개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펀드별로 보면 운용사 간의 실적 차이도 컸다. KD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의 수익률이 특히 나빴으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선방했다.

특히 KDB운용의 '파이오니어 롱숏 뉴트럴'은 설정 이후 수익률이 -11.13%로 가장 저조했다. '파이오니어 안정형' 역시 동양운용의 'MY ACE 일반형', 'MY ACE 안정형'과 함께 -4%대의 수익률에 그쳤다.

이밖에도 신한BNPP운용의 '명장 한국주식 롱숏'(-8.68%), '명장 Asia ex-Japan주식 롱숏'(-8.77%), 한국투신운용의 '펀더멘털 롱숏'(-6.22%) 등 주로 롱숏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삼성운용의 'H클럽 Equity Hedge'는 가장 좋은 8.35%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외에도 삼성운용의 모든 펀드가 수익률 5%를 넘겼다. 지난 9월 출시된 브레인자산운용의 '백두'의 수익률은 8.10%에 달했다. 미래에셋운용의 '스마트Q 오퍼튜니티'(6.31%) 등도 호실적을 보였다.

◇수익률 운용사 별로 '극과 극'=운용사의 역량은 추세적으로 봤을 때 더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의 모든 헤지펀드는 지난 7월 대비 수익률 상승폭을 키웠다. 당시에 이들 헤지펀드는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지난 7월에도 마이너스 일색이었던 KDB운용, 동양운용, 신한BNPP운용의 헤지펀드는 11월 들어 수익률 하락폭이 더 커졌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헤지펀드 출시 1주년을 맞아 자리를 잡아 가는 곳과 적응 못하는 곳이 확실하게 구분되기 시작하고 있다"며 "수익률 차이와 추세를 봤을 때 운용 역량이 역전되기는 이미 힘든 것 아니냐는 말도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헤지펀드의 경우 지수가 올라갈 때 70%, 내려갈 때 30% 수준에서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관되게 못한다는 결과가 계속 나온다면 헤지펀드 산업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롱숏' 실패 + 시장 침체에 고개숙인 헤지펀드=헤지펀드 수익률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는 롱숏전략의 실패가 꼽히고 있다. 실제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10개 펀드 가운데 8개가 롱숏전략을 구사했다.

롱숏전략은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강세가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하고 약세를 보일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 등을 통해 매도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 및 운용사들이 매도를 의미하는 '숏' 부문의 분석이 취약했는데 그 약점이 수익률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시중금리+알파'를 꾸준히 추구해야 하는 헤지펀드가 -3% 이하의 수익률에 그치면 진작에 청산 혹은 매니저 교체가 돼야 하는 게 외국의 추세"라며 "롱숏이 결코 쉬운 전략이 아닌데 국내 운용사들이 지나치게 쉽게 생각하고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침체 역시 일반 펀드보다 헤지펀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는 변동성을 먹고 사는데, 시장 방향성 자체가 나쁘다 보니 '플러스 알파' 취득에 소극적이거나 수익률 상승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송 실장은 "주식 시장이 안 좋은 와중에 금리도 떨어지는 등 환경이 도와주지 않은 측면도 크다"며 "1년 만에 1조원을 모은 성과는 나쁘지 않기에 안정적인 절대 수익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1~2년 정도 트랙 레코드를 쌓으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유치에 나서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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