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아니까' 우량기업 장기CP 발행 봇물

'느낌 아니까' 우량기업 장기CP 발행 봇물

심재현 기자
2013.11.12 17:12

기왕 증권신고서 제출할 바에 비용·절차부담 적은 CP 발행이 유리 판단

동양그룹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CP(기업어음)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만기 1년이 넘는 장기 CP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우량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바에 공모 회사채보다 발행이 쉽고 비용 부담도 적은 CP가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 CP 발행이 늘수록 공모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2일 채권업계에 따르면이마트(93,800원 ▼2,200 -2.29%)는 오는 13일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CP를 발행한다. 발행할인율(금리)은 연 2.92%로 우리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이마트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 CP 신용등급은 A1이다.

조달자금은 기존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이마트는 내년 1월 3억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사채(FRN) 만기를 맞는다.

만기 1년 이상 장기 CP 발행은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7월초 CJ대한통운(회사채 등급AA-·CP 등급 A1)이 물꼬를 트면서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CJ대한통운(115,600원 ▼1,300 -1.11%)은 6, 7월 국내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회사채 발행을 잠정 중단하고 지난 7월초 3년 만기 CP로 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후 연합자산관리(AA·A1)가 8월 중순 1400억원 규모의 CP 2년물을,대우조선해양(136,700원 ▲3,100 +2.32%)(AA-·A1)과 KT렌탈(AA-·A1), 우리F&I(AA-·A1)가 9월에 총 6100억원 상당의 2~3년 만기 CP를 각각 발행했다.

CJ헬로비전(2,275원 0%)(AA-·A1)과CJ CGV(4,930원 ▲50 +1.02%)(AA-·A1)는 동양그룹 사태로 금융당국의 CP 추가 규제 움직임이 한창이던 지난달 초중순에 각각 2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CP와 1500억원 규모의 4년 만기 CP를 발행했다.CJ E&M(AA-·A1)도 동양그룹 위기설이 고조됐던 지난 9월말 만기 3년짜리 CP로 700억원을 조달했다.

잇단 규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장기 CP가 인기를 끄는 것은 여전히 공모 회사채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발행 절차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만기 1년 이상 장기 CP는 공모 회사채처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긴 하지만 수요예측 절차는 거치지 않는다. 회사채 발행 때 드는 사채관리 수수료나 상장수수료, 등록비용도 없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수요예측 과정이 면제된다는 것은 시장 수요가 미달될 경우 짊어져야 할 평판 리스크와 차후 금리 상승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우량기업의 경우 이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라면 CP 발행이 손쉽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장기 CP 발행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가 적잖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의 우량기업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와중에 우량기업들이 CP 시장으로 빠져나갈 경우 공모 회사채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우량기업 중심으로 늘고 있는 장기 CP 발행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회사채와 CP 시장이 적절히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가 13일 CP 발행을 마무리하면 지난 5월 규제 강화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발행되는 장기 CP 발행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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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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