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대통령 방문 다음날 상황보고서 재작성 '논란'(종합2보)

해수부, 대통령 방문 다음날 상황보고서 재작성 '논란'(종합2보)

세종=정혁수 기자
2014.05.09 16:34

사고수습본부 설치시간 1시간 앞당겨…해수부 "정리안된 상태에서 전파, 재작성 아니다"

세월호 사고초기 어정쩡한 현장대처로 지탄을 받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박 대통령의 진도 현장방문 다음 날인 지난 달 18일 최초 상황보고서를 폐기하고 이를 재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상 안전 주무부처로서 사고 책임을 회피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서를 폐기·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9일 새정치민주연합 배기운 의원실이 공개한 '해수부 상황보고서'를 보면 사고 당일 같은 상황을 기록했지만 그 내용은 다른 2종류의 보고서가 존재한다. 한 보고서는 사고 발생일인 지난 달 16일 첫 작성된 반면, 다른 보고서는 박 대통령의 진도방문(17일) 이후 새로 작성된 것이다.

두 보고서에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1보, 2보의 내용이다. 같은 내용도 있지만 한쪽 보고서엔 기록된 내용이 다른 보고서에서는 빠진 부분도 있다. 새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내용을 삭제하거나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세월호 사고 당일인 지난 달 16일 작성된 해양수산부 상황보고서(2보)에는 해수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전 10시40분 설치됐다고 적혀있다. /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배기운 의원 사무실
세월호 사고 당일인 지난 달 16일 작성된 해양수산부 상황보고서(2보)에는 해수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전 10시40분 설치됐다고 적혀있다. /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배기운 의원 사무실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현장을 방문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상황보고서(2보)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전 9시40분에 설치된 것으로 바뀌어져 있다. /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배기운 의원 사무실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현장을 방문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상황보고서(2보)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전 9시40분에 설치된 것으로 바뀌어져 있다. /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배기운 의원 사무실

실제로 최초 보고서에는 학생과 승객들을 침몰하는 배에 남겨둔 채 빠져나온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새로 작성된 보고서에는 이 선장의 연락처가 모습을 감추었다. 해수부가 선장의 연락처를 확보한 것으로 보아 당시 상황실 관계자와 이 선장의 통화사실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해수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해수부는 또 첫 보고서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오전 10시40분에 설치했다고 기록했지만, 그 후에 작성된 보고서에서는 1시간이나 앞선 오전 9시40분 해수부 본부에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재작성된 보고서에서는 사고 직후 해사안전정책과, 항해지원과, 해양안전심판원 등 관련부서에 상황을 전파했다고 기록돼 있었지만 최초 보고서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없었다.

해수부가 이처럼 1보, 2보의 내용을 새로 작성한 것은 지난 달 17일 박 대통령의 진도방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직접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현장에서 가족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한 뒤 "사고 원인을 철저히 해 책임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를 의식한 해수부가 당시 상황실의 역할을 적극 어필하기 위해 사고수습본부 설치 시간을 최초 보고서때와 달리 1시간 일찍 설치한 것으로 작성하고, 이준석 선장의 휴대폰 번호 등 책임론이 일 수 있는 내용을 삭제하거나 은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첫 보고서에는 이와 함께 사고초기 승객인원도 제때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해수부의 모습히 고스란히 담겨있다. 해수부는 보고서에서 여객/승선원 수를 450/24명→447/24명→446/29명→477/24명→446/29명 등 5차례나 변경했다.

또 해수부 상황실은 당시 교신기록과 초기 상황 보고 등을 통해 선박 침몰을 앞둔 심각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승객들을 선박에서 탈출시켜라'와 같은 지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배기운 의원은 "해수부는 초기 대응 실패에 따른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박 대통령의 책임자 처벌 발언이 나오자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최초로 작성했던 상황보고서를 의도적으로 폐기·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통해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 대해 "사고 초기 급박한 상황에서 작성중인 자료를 출입기자단, 국회의원실 등에 보내다보니 착오가 생긴 것이지 상황보고서를 따로 만든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사고 당일 해수부의 상황보고서 2보 작성 시점이 오전 11시22분인데 출입기자단 등에 자료를 미리 제공하려다 보니 최종본이 아닌 작성중인 보고서를 참고해 11시16~19분 사이에 발송하게 된 것"이라며 "배기운 국회의원 사무실에도 이 자료가 함께 들어간 것이지 최초 보고서를 폐기하고 새로 보고서를 만든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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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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