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사라져버린 명동…원/엔 환율 930원대

일본어 사라져버린 명동…원/엔 환율 930원대

송지유, 이지혜 기자
2014.11.21 06:33

日관광객들 명동 발길 끊어…노점상도 가방·신발 대신 中고객용 먹거리로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20일 오후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이곳이 서울 맞나 싶을 정도로 중국어가 많이 들린다. 손님을 부르는 화장품 매장 직원도, 간식을 파는 노점상들도, 쇼핑백을 들고 오가는 행인들도 온통 중국어를 쏟아낸다. 반면 2∼3년전만해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명동 골목을 누비던 일본인 관광객은 자취를 감췄다.

서울 명동에서 화장품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손수정씨(가명·47)는 "명동에서만 10년 가까이 장사를 하지만 요즘처럼 일본인 손님이 끊긴 적은 없었다"며 "얼마전 일본어 잘하던 직원을 내보내고 대신 중국어가 능통한 직원을 뽑았다"고 말했다.

환전 영업을 하는 이미옥씨(가명.52)는 "2010년까지만해도 외화를 바꾸러 오는 손님의 80∼90%가 일본인이었다"며 "하지만 2012년부터 서서히 줄더니 요즘은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큰 돈 들고 오는 일본인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엔저 쓰나미가 국내 소비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줄면서 여행업계가 시름하고 있고 명동에선 일본어가 사라졌다. 일본인을 대신해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관광상권을 점령하면서 유통업계 마케팅, 명동 노점상 지도까지 달라졌다.

◇엔화, 하락 또 하락…日 관광객 5년만에 최저치=원/엔 환율은 2012년 1월 1500원선에서 지난해 1월 1200원선으로 하락하더니 올들어 1000원선마저 붕괴됐다. 2년여만에 30% 이상 추락한 것이다. 20일엔 사상 최저치인 938엔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인 관광객수는 급감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일본인 관광객수는 17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했다. 겨울시즌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수가 20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올 한해 총 230만명 안팎이 다녀가는 셈이다.

일본인 관광객수는 2009년 305만명으로 연간 300만명 시대를 연 이후 계속 증가세였다. 2012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352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엔저의 공습에 지난해에는 275만명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200만명도 겨우 넘긴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서 전체 투숙객의 상당수가 일본인이었던 호텔가는 타격이 큰 상황이다. 롯데호텔의 경우 외국인 투숙객의 60%를 차지했던 일본인 비율이 25%로 낮아졌다. 세종호텔도 외국인 투숙객 중 70%에 달했던 일본인 고객수가 50%로 줄었다. 반면 방사능 공포로 주춤했던 한국인의 일본여행은 늘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 10월말 현재 방일 한국인은 22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10만명 대비 7% 증가했다.

◇명동서 사라진 '이랏샤이마세'…노점상권도 대변화=엔저가 장기화되면서 명동 일대 의류·화장품 매장들은 최근 1년새 매출이 20∼30% 감소한 곳이 수두룩하다. 명동의 한 의류매장 직원은 "일본인 관광객이 간간히 들어오는데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면 쉽게 구매하지 않는다"며 "중국인들과 달리 비싸다며 가격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09년만 해도 일본인이 전체 외국인 매출의 70%를 차지했지만 최근엔 중국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일본인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롯데면세점의 일본인 매출 비율은 지난 2011년 30%에서 2012년 25%, 지난해 15%로 급감했다. 올해 일본인 매출 비율은 10%까지 주저앉았다.

명동 노점상 지도도 확 바뀌었다. 1∼2년전만 해도 이 거리에는 가방, 티셔츠, 스카프, 넥타이, 신발 등 잡화 노점이 많았지만 요즘은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빼곡히 들어섰다. 노점상에서 가방과 지갑, 벨트 등을 팔던 상인 윤지훈씨(가명.38)는 "엔저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해 중국인을 공략할 수 있는 먹거리로 업종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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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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