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블랙프라이데이' 금융위기 이후 첫 동시 인하…"추가 부양 조치 불가피"
"이젠 '저우 풋'(Zhou Put)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전날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 인하한 것을 두고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재임기간(1987-2006년) 동안 시장 붕괴에 맞서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하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에 맞서 수개월에 걸친 금리인하로 시장을 떠받쳤다.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하고 미국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린스펀의 조치는 자산가격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풋옵션'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그린스펀 풋'이라고 불렸다. 이후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통화완화 조치로 시장을 떠받칠 때마다 비슷한 이름이 뒤따랐다. '옐런(재닛 옐런 FRB 의장) 풋', 버냉키(벤 버냉키 전 FRB 의장) 풋', '구로다(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풋'에 이어 이젠 '저우 풋'까지 등장한 셈이다.
통화정책 신중론자로 유명한 저우 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전에 없이 공격적인 통화부양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2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그는 올 들어 3차례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지준율도 올 들어 3차례 낮췄다.
래리 후 맥쿼리 증권 중국 경제 담당은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의 '그린스펀 풋'처럼 인민은행이 '블랙 프라이데이'에 맞서 '풋'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주말 전날 대비 7.4% 폭락했다. 지난 12일 기록한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에 비하면 19% 추락했다. 그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1조2500억달러로 멕시코 경제 규모에 버금간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중순부터 본격적인 랠리에 돌입해 1990년 개장 이후 가장 긴 강세장을 구가했지만 곧 약세장에 진입할 태세다. 통상 1년 고점에서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이라고 한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조치의 증시 부양 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중국 증시의 혼란에 이어 나온 금리인하 조치는 중국 당국이 시들해진 투자심리를 떠받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인민은행의 추가 부양조치가 시장보다는 경제 전반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그래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강세장을 지속할 때도 성장세 둔화를 이유로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중국의 성장률(전년대비)은 올 1분기에 7%로 전 분기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했다. 6년 만에 최저치다. 2분기에는 7%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최근 일련의 부양 조치를 내놓았지만 직접적인 통화완화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국은 최근 예대율(은행 예금 총액에 대한 대출 비율) 규정을 없앤 데 이어 3000억위안(약 54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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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만은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며 "이전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투입 조치는 기대했던 방향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이 조만간 또다시 추가 부양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블룸버그도 '저우 풋'은 아직 '그린스펀 풋'에 비할 게 못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기준금리와 지준율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으로 더 낮출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린스펀은 2001년 경기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당시로선 40년 만에 최저치인 1%로 낮춘 바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의 1년 정기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각각 2%, 4.85%다.
데이비드 만 스탠다드차타드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우 총재가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내린 것은 매우 의도적인 것으로 인민은행의 부양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함께 낮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