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력 없는 MOU 한계 극복하려면 절처한 후속조치 뒤따라야
이명박 대통령이 또 전면에 섰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유전 개발권을 놓고서다. 2009년 UAE 원전을 수주했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실무진간 협상에서 막혀있던 어려움을 지도자간 담판으로 돌파했다.
하지만 개발권 확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구속력이 있는 본계약이 아니라 MOU(업무협약)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다. 내년부터 본계약 체결 등 MOU 내용을 구체화 한다는 것인데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자금 조달 역시 "석유공사 증자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두루뭉술 넘어갔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UAE원전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형태는 MOU지만 두 나라 정상이 체결한 만큼 어떤 계약보다 효력이 크다고 했다. 대다수 유전이 미국, 영국 등의 석유메이저 기업과 기존 계약에 묶여 있는 탓에 현 시점에서 본계약을 맺지 않고 MOU 형태를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중 계약 문제(Legally impossible)'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번 MOU는 칼리파 국왕과 모하메드 왕세자 등 아부다비 최고지도자 앞에서 공식 서명된 것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그 자체로 우리나라에 특별한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개 미개발 광구 개발권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있다. 정부가 명시한 5억7000만 배럴이란 양은 원시부존량(Discovered Petroleum Initially In Place) 기준이기 때문에 가채 매장량은 더 적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급박하게 이뤄진 대통령 순방에 맞추다 보니 '주요 조건계약서(HOT, Heads of terms)'라는 낮은 단계의 계약이 이뤄졌다.
김 실장은 "석유공사 기술진이 평가한 3개 유전의 원시부존량이 5.7억 배럴인데, 실제로 채굴할 수 있는 규모는 3억4000만 배럴로 추정된다"며 "계약서를 보면 3개 광구의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계약이 이 대통령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짧게는 2014년까지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권이 바뀐 후에도 유효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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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서 계약이 성사된 것은 맞지만 정권 말기라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며 "관련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협상력을 키워나간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UAE 원유시장 진출로 국내 정유·플랜트 업계가 수혜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개발과정에서 민간기업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정유사, 플랜트사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