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개발자급률 10%에서 단숨에 15%로 끌어올려"
아랍에미리트(UAE) 유전은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다. 지금까지 이 지역 유전 개발에 진출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단 네 나라뿐이었다. 1973년 일본이 마지막으로 진출한 이후 38년 동안 굳게 닫혀 있었다.
UAE는 세계 석유 매장량 순위 6위(약 1000억 배럴)다. 세계 매장량의 57%가 집중된 중동에서도 손꼽히는 지역이다. 특히 대부분 육상에서 석유를 퍼 올리는 관계로 배럴당 생산단가가 전 세계 평균의 1/10 수준에 불과한 우수한 경제성을 자랑한다. 게다가 중동에서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 가장 안정된 곳으로 민주화 바람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석유 관련 업계가 한국의 UAE 유전 진출을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하며 놀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이 원유개발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국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한국을 대표하는 석유공사는 세계 원유개발 업체 중 77위로 엑슨모빌(미국), BP(영국), 쉘(네덜란드) 등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메이저는 물론 중간 그룹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번 계약을 통해 우리나라는 이 지역에서 앞으로 최소 1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상업유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 유전은 이미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유전들이다. 10억 배럴은 현재 유가를 단순히 적용하면 약 110조원에 달한다.
또 5.7억 배럴 규모의 3개 미개발 유전 개발권 독점 권리를 갖게 됐다. 이르면 2013년부터 일일 최대 3만5000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확보한 최대 유전인 베트남 15-1 광구가 1억 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알 수 있다.
UAE와의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10.8%(2010년 말)에서 약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0억 배럴 매장량을 확보하면 30년 동안 매일 9만1000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3개 미개발 광구에서도 확보할 3만5000배럴을 합치면 하루 생산량이 12만6000배럴 증가하는 것이다. 중동사태로 안정적인 원유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UAE와의 합의는 양국 최고 지도자들의 정치적 합의 아래 이뤄지는 만큼 무게가 남다르다는 지적이다. 형식적으로 MOU 서명은 석유공사 사장과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사장간에 체결됐지만 실질적으로는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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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관계자는 "두 나라 최고 지도자들과 미래전략기구, 석유개발기관들이 모두 참여한 결과물로 내년 중에 본계약이 순조롭게 구체화될 것"이라며 "민간 회사와 개별 기관 간 맺어지는 실무적 MOU와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UAE 진출을 발판으로 임기 중에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07년 말 4%에 머물렀던 자주개발률을 5배 높이겠다는 것이다.
자주개발률 20%는 에너지 위기시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는 전략적 완충 수준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UAE와 이라크 등 중요 전략 지역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중국 27%, 일본 22.4% 등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