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는 '그룹주펀드'...이대로 좋은가

한국에만 있는 '그룹주펀드'...이대로 좋은가

구경민 기자
2011.08.31 06:03

지배구조 분산 '고려안돼', 재벌그룹 경영권 방어 악용소지 '법 통과 조속이 이뤄져야"

한국에만 있는 금융 히트 상품이 있다. 바로 그룹주 펀드다. 대기업 경제력 집중 현상을 반영, 가장 인기있는 상품으로 떠오른 그룹주 펀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30일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중인 그룹주 펀드의 총 설정액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70조원이므로 7분의 1이 그룹주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그룹주 펀드는 2004년, 한국운용이 삼성그룹주펀드를 내놓으면서 첫 선을 보였다. 출시 당시 83억원에 불과했던 삼성그룹주펀드 설정액은 현재 6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삼성그룹주펀드가 해마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자 LG, SK, 현대차, 한화 그룹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앞 다퉈 출시됐다.

전문가들은 '분산투자'라는 간접투자의 본질에 비춰 그룹주 펀드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룹주 펀드가 자산운용사들이 계열사 주식에 돈을 몰아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등의 오너 신상에 갑작스런 문제가 생기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난다면 최근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잡스가 사임한 것 이상의 충격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오너 공백은 경영권 다툼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외국인들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도 있다. 오너의 공백은 한순간에 전 계열사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은 경영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며 아직까지도 계열사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대는 범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으로 나뉘어 아직도 지분구조를 놓고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노후를 책임져야할 퇴직연금펀드로 그룹주 펀드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 그룹주 펀드의 가장 큰 문제는 오너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라며 "오너의 공백과 2, 3세 경영으로 그룹이 해체될 경우 지배구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펀드 성과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그룹주 펀드에 대한 위험성 논란은 국회 도마 위에도 올랐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15명의 의원은 자산운용사가 그룹주펀드에 계열사 주식을 일정 수준이상 편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자산운용은 계열회사 주식 비중을 펀드 자산총액의 10%로 제한해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자산운용사가 그룹 소속 계열사 주식을 최대 50%까지 편입 할 수 있다.

인덱스 펀드 투자 비중도 제한된다. 현행법에는 계열사 인덱스 펀드에 대한 취득 제한이 없다. 때문에 주식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 이하에서만 주식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법률안'에 담겨 있다.

박 의원 측은 "법안이 법안소위에 묶여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통과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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