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는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많은 나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나마 경기 회복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는 국가들조차 국내총생산(GDP)이 경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위기 이전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실업률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최근의 추세만 보면 2020년까지도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이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5년만의 내놓은 신작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대체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
크루그먼은 지금이 참고 견딘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비정상적인 흐름이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우리 모두에게 치명적이고 누적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완전한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이 지금 당장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크루그먼의 해법은 케인스가 남긴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긴축재정을 펼쳐야 할 때는 침체기가 아니라 호황기다." 그는 지금처럼 일자리를 없애는 긴축재정이 정책적 기반을 이뤄선 안 되며, 민간 분야가 경제를 다시 한번 이끌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기록하는 적자 2조5000억 달러는 연간 15조 달러의 가치를 생산해내는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크루그먼은 지금 상황에서는 '재정적자'보다는 '실업문제'가 훨씬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실업은 개인의 인생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 난국을 일으키는 심각한 재앙이다. 더구나 현 상황에서 실업 사태가 더 심각한 것은 '비자발적'이라는데 있다. 그는 "실업률이 증가한 것은 일하려는 의지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신자유주의 경제학파의 주장에 대해선 "5만명을 모집하는 데 100만명이 모여든 맥도날드의 사례를 보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극심한 일자리 가뭄에도 재정위기에 빠진 각국 정부들은 급박하고 무자비하게 지출을 삭감하며 실업사태가 대공황 시절의 수준으로 차츰 확산되고 있다. 크루그먼은 "긴축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잃게 만드는 정책"이라며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현재 긴축을 실업 문제를 더 심화시켜 경제 성장의 동력 자체를 훼손시켜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시장은 이미 자동조절 기능을 상실한 데다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져도 경제 주체들이 돈을 움켜쥐고 내놓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황에서는 결국 정부가 나서서 투자와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 침체는 생산 능력이나 설비 부족이 아니라 '수요 부족'에 따른 것이므로 정부가 이를 채우면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민간 분야의 하락세를 막기엔 부양책의 규모가 모자랐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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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은 지금의 불황에 대해 문제가 생긴 기계의 부품 몇 개를 고쳐주면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고장이므로 정부가 나서서 이 부분을 잡아주면 빠른 시간 안에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고통을 끝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최근에야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케인스 경제학의 원칙을 적용해 2년안에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정치적 의지 부족이 회복의 길을 가로막고 있으므로 지혜로운 대중을 기반으로 여론의 압력을 행사해 정치인들이 정책 방향을 바꾸도록 촉구해 이 지긋한 불황을 하루 빨리 끝내자고 주장했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폴 크루그먼 지음. 박세연 옮김. 엘도라도. 328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