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 시장의 편중 현상이 심화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인기 있는 콘텐츠의 관련 서적인 일명 '엮인 책'의 베스트셀러 진입이 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1일 주요 온라인서점 집계에 따르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 '톱 10'에 잇달아 진입했다. 289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외화 1위를 기록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원작 소설은 5월 기준 예스24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혔다. 교보문고에서도 이달 기준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예스24 관계자는 "영화 개봉 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8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민규 작가의 2009년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의 공개 이후 예스24의 소설·시·희곡 분야 9위에 올랐다. 1688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단종애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00배 뛰어올랐으며 관련 각본집도 교보문고, 알라딘 등 3~4월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출판업계는 흥행을 반기면서도 우리 출판 시장의 한계를 드러내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인기 콘텐츠와 '엮인 책' 비중을 늘려가고 있지만 자생력 약화와 서적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소설·비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판매량이 꾸준히 줄고 있다"며 "대형 IP(지식재산)에 기대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달 29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공개한 '2025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학습 서적을 제외한 총류, 문학, 철학, 사회과학, 아동 등 분야에서 발행 부수가 최대 13.7% 감소했다. 주요 출판사 72곳의 매출도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13.4% 쪼그라들었다. 반면 웹툰과 웹소설, 만화 등 다른 IP와 연계한 서적을 판매하는 출판사 9곳의 매출은 평균 7.4% 증가했다.
일부 '스타 작가'에 기대는 기형적 구조도 걱정스럽다. '한강 특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급증했으나 이내 위축되며 유명 작품을 맡는 '단행본 출판사'의 실적이 악화했다. 단행본 출판사 관계자는 "유명 작가가 국제 성과를 거두면 일시적으로 매출이 뛰지만 2~3달 정도 후에는 사그라든다"며 "무작정 증쇄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견조한 젊은층의 독서량을 바탕으로 발행 권종 다양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스24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5월 기준 10대의 도서 구매량은 학습서 외에도 외국어(74.4%), 자기계발(71.2%), 소설·시(60.2%) 등 모든 분야에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출판계 관계자는 "주도적으로 직접 책을 구매하는 1020세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서적 출판을 늘리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