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허물고 환자 속으로’

‘경계 허물고 환자 속으로’

테크M 편집부
2015.06.16 08:22

병원들, 디지털 병원으로 재탄생

“바뀌어야 산다.”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이 전통적 치료 중심에서 저비용·고효율의 예방·관리 중심으로, 공급자(병원) 중심에서 수요자(환자, 일반인)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병원이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최근 인구고령화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상승과 국가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적으로도 예방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고 있고, 전체 의료 서비스 비용 중 예방·진단·관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32%에서 2020년 43%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들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병원 밖 수요자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IT 활용, 최상의 환자 편의 제공

서울대병원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03년 개원 당시부터 ‘디지털 병원’을 천명했다. 국내 최초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구축해 종이, 차트, 필름이 없는 의료정보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 툴을 적용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다. 내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하는 ‘베스트 헬스케어 2.0’은 서울대병원의 기존 시스템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데이터 대상 모델링 등을 거쳐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의료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서울대병원은 SK텔레콤과 함께 ‘조인트벤처 헬스커넥트’를 설립해 스마트병원 솔루션을 개발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자회사를 통해 건강정보와 IT를 융합해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용 앱 ‘베스트 가이드’의 경우 블루투스 비콘 기술을 기반으로 실내측위 기술과 3D 지도 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면 앱이 자동 구동되고 서비스 위치를 안내한다. 예약내역을 확인해 진료 및 검사일정을 알려주고 진료비 조회와 NFC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

입원 환자 편의를 위한 ICT 간호사 ‘베드사이드 스테이션’도 눈길을 끈다. 병상에 설치된 15인치 크기의 개인용 스마트기기를 통해 서비스가 이뤄진다. 환자가 손목에 착용한 본인 확인용 RFID 인식표로 베드사이드에 로그인하면 병원 현황부터 환자 개인의 진료 검사 일정, 약 복용법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병실 청소, 식단 변경 등의 병원 서비스 신청, 의료진 호출, 증명서 신청, 의료비 조회도 가능하다.

서울대암병원에서는 2013년부터 스마트암병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받는 의료 서비스를 스마트폰, 태블릿PC, 터치스크린 등을 활용해 진료 및 검사일정과 함께 환자별 맞춤 암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대병원의 디지털병원 실험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베스트케어 2.0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압둘라 어린이전문병원에 구축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킹압둘라 어린이전문병원은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군 소속 6개 병원 수출 프로젝트의 첫 번째 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사용자 중심 차세대 시스템 구축

최근 서울아산병원은 의료정보시스템 개선을 위한 차세대 프로젝트 ‘아미스(AMIS)3.0’을 진행하고 있다. 아미스3.0이 마무리되면 진료 관련 업무 프로세스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연구자, 의료진 등 사용자 중심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IT를 현장에 적극 활용하는 병원 중 하나다. 응급센터에 무선인식(RFID) 기술을 활용해 의료진 출입 자동기록시스템, 중증환자 출입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모바일 EMR 프로그램을 배포해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환자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다양한 앱을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유헬스(u-Health)센터는 2010년 서울아산병원 중독정보, 심폐소생술 약물정보, 내가 먹는 약품정보, 내 손안의 차트에 이어 2011년 복약상담, 나의 항암수첩, 2012년 생활 속의 응급 등 다양한 앱을 선보였다.

SK텔레콤과 손잡고 개발한 내 손 안의 차트는 자신의 질병이력과 검사결과, 투약이력을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당뇨, 혈압, 혈당, 비만도 체크 등 건강관리도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융합의학과를 개설, 서로 다른 전공의들이 모여 협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의료 서비스에 융합하는 것이 그 예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난이도 높은 수술에 응용할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촬영한 영상의 암세포 정보를 3D프린터로 출력해 수술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면 실제 수술에서 더 정확하게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세계 최초 온라인 혈당 모니터링 시스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U헬스케어사업단’은 2000년 당시 레지던트였던 조재형 U헬스케어사업단 부단장(내분비내과 교수)이 참여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조 부단장은 인터넷을 이용한 혈당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2001년에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혈당 모니터링 시스템은 환자가 매일 측정하는 당뇨 측정 수치를 인터넷에 등록하면 의사가 2주에 한 번씩 이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해 환자들의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당시에도 당뇨병 환자들을 꾸준히 추적 관리하면 혈당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실행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조 부단장이 처음으로 온라인을 이용해 환자의 혈당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연구를 시작한 것이었다. 2004년에는 PDA, 피처폰을 이용한 방법을 개발하는 등 시스템이 꾸준히 발전됐고 이를 바탕으로 2006년에 U헬스케어사업단을 설립했다.

조 부단장은 “당뇨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되는 질환으로 약에만 의존하는 기존 치료법에는 한계가 있다”며 “라이프스타일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혈당뿐만 아니라 혈압, 체중, 운동량 등 다른 데이터가 있으면 라이프스타일 관리에 더 유용하다”며 “환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부단장은 “측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을 통해 환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천대 길병원-응급의료 취약지 원격협진 시작

가천대 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응급의료 취약지 원격협진 네트워크 시범사업 거점병원으로 선정돼 5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의료 취약지역의 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 병원의 진료를 돕는 것이다.

원격협진은 의료 취약지역에서 응급환자 발생했을 때 지역 응급의료기관에서 1차 진료 후 원격협진을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지역 병원의 호출을 받은 길병원은 환자 엑스레이, CT, 초음파 등의 영상자료와 주치의 소견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받는다. 길병원 전문의는 수신된 자료를 바탕으로 치료방향과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의료진과 함께 응급환자를 진료한다.

특히 환자 이송이 필요할 때는 미리 환자 정보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1991년 국내 최초로 병원 업무를 전산화하고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원격 영상진료를 시행한 길병원은 이번 시범사업을 위해 새로운 원격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CT, 초음파 등 영상자료와 진료기록의 실시간 공유 및 음성·화상을 통한 의료진 간 협진을 지원할 수 있다. 또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도 원격 협진이 가능하도록 해 제3의 의료진도 편리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 길병원은 1차로 강화병원, 백령병원, 연평보건지소, 덕적보건지소와 사업을 시작하고 영종보건지소, 유용보건지소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근 가천대 길병원장은 “원격 협진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취약지 의료기관 공중보건의 교육 등 취약지병원과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디지털 헬스케어 선도병원 목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1월 개원 20주년 기념식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선도하는 병원이 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의료원의 헬스케어 사업은 헬스케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삼성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다.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의료기기, 바이오 등과 연결된다. 삼성은 삼성의료원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삼성의료원은 2010년 삼성전자와 국내 처음으로 태블릿PC를 활용한 모바일 병원 서비스를 구현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 측은 각종 의료정보 활용을 위해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를 구축하고, 진료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연세의료원-차세대 디지털 병원 u-세브란스 3.0 착수

연세의료원은 KT와의 합작회사인 후헬스케어와 함께 차세대 디지털병원 전환을 위한 ‘u-세브란스 3.0’ 개발에 들어갔다. 연세의료원은 2005년 병원사무행정시스템(ERP), 영상정보시스템(PACS), OCS, EMR을 통합한 종합의료정보시스템인 u-세브란스를 구축하고, 단계적으로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에 확산하며 u-세브란스 2.0 디지털병원 시대를 열었다.

이번에 구축하는 u-세브란스 3.0은 EMR 2.0에 적용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프레임워크(WPF) 기반의 최신 IT 환경을 OCS에도 적용해 u-세브란스 고도화를 통한 디지털병원으로의 전환과 병원 ICT 해외 진출에 따른 IT 경쟁력 기반을 마련한다. 우선 올해 말 완료되는 1단계 구축사업에서는 사용자 경험(UX) 설계와 디자인 표준이 반영되고, 작업흐름 관리를 위한 UI 표준 적용이 이뤄진다. 연세의료원은 u-세브란스 3.0이 적용되면 사용자 중심의 진료환경이 구축되고 대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식·조은아·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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