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동물국회"…여야의원 39명 '동물보호법' 박차

"이제는 동물국회"…여야의원 39명 '동물보호법' 박차

박다해 기자
2015.08.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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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동물로 태어난 죄①]정당초월 '동물복지포럼' 출범… '축산업'위주 농해수위 논의 난망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동물복지국회포럼' 창립식 모습/ 사진제공=박홍근 의원실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동물복지국회포럼' 창립식 모습/ 사진제공=박홍근 의원실

"키우던 강아지가 '샛별'인데 나만 보면 짖어요. 몇 번 쓰다듬으려고 시도하니 화악 물으려고 해서 포기했어요. 아마 샛별이도 사람을 알아보는 모양이에요. 샛별이는 14년 살다 죽었는데 딸들이 지 아버지 죽어도 그렇게 슬프게 울진 않을거야. 샛별이를 화장해서 뿌렸는데 (딸이) 납골함을 자신의 방에 놔두더라. 사람과 동물 사이에 그런 애정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저도 개를 길러봤는데 14년 간 살고 자연사했어요. 화단에 묻어주고 너무 가슴아파 다시는 기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총선 때 누가 젖 뗀 강아지를 주고 간 거에요. 결국 집에 갖다놓고 길렀는데 정이 들어서 죽은 개 이름을 물려받아 '해피'에요. 계단 올라가면 해피가 발소리만 듣고도 우리 식구인지 다른 식구인지 구별해요" -이석현 국회부의장

지난달 6일 국회에선 난데없이 의원들의 반려견 자랑이 이어졌다. 여야 의원 39명으로 구성된 '동물복지국회포럼' 창립식 자리에서다. 동물복지국회포럼은 헌정사상 최초로 동물복지를 위해 국회 내 결성된 모임이다. 공동대표는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맡았다.

포럼은 동물복지에 관심있는 여야 의원들이 한데 모여 관련 입법활동을 보다 실효성있게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됐다. 포럼에는 의원들뿐 아니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동물 전문 언론·방송 관계자, 수의학계 등 학계 전문가도 참여한다.

포럼은 17일 첫 토론회를 열고 활동을 본격화했다. 동물보호에 대한 입법과제와 야생·반려·농장·실험동물 등 분야별 이슈를 점검하고 정기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복인 지난달 23일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광화문 네거리 인근에서 '한국 개들의 가혹한 일생'을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은 폐기물로 처리 되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먹고 과다한 항생제를 투여받는 등 비위생적인 사육환경 속에서 동물학대가 벌어져 관련 금지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
중복인 지난달 23일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광화문 네거리 인근에서 '한국 개들의 가혹한 일생'을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은 폐기물로 처리 되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먹고 과다한 항생제를 투여받는 등 비위생적인 사육환경 속에서 동물학대가 벌어져 관련 금지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

◇ 관리대상에서 복지의 주체로…동물보호법 핵심은

실제로 국회에서 동물복지와 관련된 입법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9대 국회에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유기동물 보호 △동물학대행위 범주 확대 △동물학대행위자 소유권 제한 △동물실험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 20여건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은 모두 동물을 단순히 보호·관리해야 할 객체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주체적인 권리를 가진 생명으로 바라보고 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고의로 사료나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를, 같은 당 윤명희 의원은 좁은 공간에서 과도하게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우는 이른바 '애니멀 호딩' 행위를 동물학대행위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 '적극적' 행위만 동물 학대로 간주한 현행 법이 다양한 학대 행위를 처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개정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이다. 문 의원은 특히 화장품 실험 등에 사용되는 동물을 윤리적·인도적인 방법으로 다룰 것을 명시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물보호 대상을 '반려동물'에서 '실험용동물'에까지 확대한 것이다.

문 의원은 또 반려동물을 대여하는 영업이나 경품으로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유기동물이 등록시스템에 공고된 뒤 2주 동안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안락사를 시키는 것과 관련, 안락사 대신 지방자치단체 등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동물학대행위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그들로부터 소유권을 박탈하는 개정안도 다수 발의돼있다.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은 동물학대행위자가 전문가들로부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동물격리 조치 후 동물학대행위자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개정안은 동물학대로 형이 확정된 자에게 형 집행 종료 뒤 5년 동안 동물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밖에 양승조 새정치연합 의원은 구제역 등을 대비해 예방적 살처분을 할 때 생매장을 하면 처벌하는 개정안을, 같은 당 이목희 의원은 미용상의 이유로 꼬리자르기 등의 수술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의 문정림, 새정치연합의 서영교·진선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동물보호법'이란 법명을 아예 '동물복지법'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 발의는 많이 됐는데…논의 더딘 이유는?

문제는 이같이 다양한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보호법 소관 상임위원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와 관련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련 법도 농해수위 소관이 됐다.

그러나 농해수위에서 동물보호법이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경우는 없다. 농해수위 소속 한 보좌관은 "농해수위에서는 동물이라고 해도 가축이나 축산업쪽에만 관심이 있는데 동물복지가 축산업하고 대립되는 부분이 있어 논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또 "축산업도 당장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생산·판매도 잘 안된다고 아우성인데 뜬금없이 복지까지 의논해가면서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개별 개정안은 타당한 내용이지만 먼저 나서서 이렇게 해야한다고 주장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FTA와 같은 당장의 농업현안에 밀려 논의가 미뤄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문정림·심윤조·민병주 의원의 개정안이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 이례적으로 상정됐지만 전문위원이 검토보고만 한 채 논의가 끝났다.

당시 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법은 한중 FTA 국회 비준 이후에 차분하게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 한가한 생각이 든다"며 "농업 문제를 어느 정도 한중 FTA를 통해서 가닥 좀 잡아 놓고 나서 아주 진지하고 깊게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같은 당 박민수 의원도 "이것(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논의하는 데) 시간이 무지하게 걸릴 것 같다"고 유보적인 의견을 표했다. 박 의원은 "예를 들어 '정당한 사유없이 동물을 죽인 자'라고 돼 있는데 정당한 사유가 있으려면 어떻게 죽여야 되나"라고 반문하며 "(해당 개정안들은) 완전히 동물복지 차원에서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봐야 논의가 가능하다. 우리가 단편적으로 이 조항이 좋다 안좋다, 의미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 체계도 안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정기국회 내 작은 성과라도 이루는 것이 목표"

동물복지국회포럼은 결국 이같은 논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포럼 공동대표인 박홍근 새정치연합 의원은 창립식에서 "동물보호 법안이 천양지차로 발의돼있는데 첫술에 배부르진 않을 것"이라며 "의원들 생각도 다르고 동물관련단체도 의견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저희가 좁혀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대 국회 초기에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입법보완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야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므로 20대에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여당 측 공동대표인 문정림 의원도 "처음 국회 들어와서 낸 법안이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인데 그 때는 모든 사람들이 '참 할 일 없다'고 보고 식약처에서도 반발했다"면서도 "그런데 그 이후 유기견 감소대책, 동물경품금지, 동물대여금지 등 법안을 내면서 여러 의원들이 동참해주시는 걸 보고 3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정쟁이 있는 법안이 아니고 국가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며 "예산이나 법적인 개선 등을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포럼 실무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여야 의원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동물관련 단체들도 다 따로따로 활동하며 교류가 없었는데 이번 포럼을 통해 처음으로 모두가 함께 모였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 포럼이 20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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