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생명? 물건?… 법 있어도 보호 못받는 '법외생명'

동물은 생명? 물건?… 법 있어도 보호 못받는 '법외생명'

황보람 기자
2015.08.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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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동물로 태어난죄②]민법상 동물은 '물건', 독일은 "동물은 물건 아니다" 법에 명시

2013년 술에 취한 승려에게 쇠몽둥이로 맞아 실명된 백구 하늘이(왼쪽). 두개골 골절 등 상처를 회복하고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오른쪽)./사진=동물보호단체 '케어'
2013년 술에 취한 승려에게 쇠몽둥이로 맞아 실명된 백구 하늘이(왼쪽). 두개골 골절 등 상처를 회복하고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오른쪽)./사진=동물보호단체 '케어'

# 2013년 5월, 태어난지 3개월 된 강아지 하늘이는 술에 취한 승려에게 쇠몽둥이로 수십차례 얻어맞아 두개골이 파열되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하늘이를 구조하고 해당 승려를 경찰에 고발했고, 결국 승려에게는 3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케어 측은 "동물보호법 상 학대의 최고형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낮은 액수"라고 말했다. 현재 하늘이는 양쪽 눈이 완전히 실명된 채 케어 센터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보호법이 발효되고 유의미한 판결도 이어지고 있지만 '동물보호'라는 이름에 걸맞은 법적 지위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되고 헌법에도 인간의 동물 보호 의무 등이 명시되지 않아 동물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동물보호법'이 법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 법에서 인정하는 '생명'은 인간뿐이며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 금지행위 등을 규정하는 등 방식으로 동물을 '물건이 아닌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 마저도 사실상 동물 그 자체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다. 동물보호법의 목적에는 '사람이 동물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법률'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동물이 주체적으로 권리를 갖는 것 보다는 인간의 소유물로서 그 가치가 인식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을 물건이 아닌 '제3의 존재'로 규정하고 헌법에 인간의 동물 보호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법률조언을 맡고 있는 서국화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만들 때 목적을 고치려는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다"며 "법에 접근하는 시각과 태도가 동물의 권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문을 민법에 명시했다. 동물에게 사람과 물건 사이의 '제3의 지위'를 부여한 것. 2002년 개정된 독일 기본법에서는 헌법에 적합한 질서의 범위 내에서 동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기도 했다. 동물 보호에 필요한 법적 기틀을 완성한 셈이다.

반면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그 자체로 따로 떨어진 섬과 같다. 아직도 동물학대 사건 등 수사현장에서는 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하거나 소유자의 '재산' 정도로 인식해 미온적인 대처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박소연 '케어' 공동대표는 "동물보호단체가 학대 사건을 강하게 이슈화 시켜야 그나마 학대자들이 벌금형으로라도 처벌을 받는다"며 "개인이 동물학대에 대응하면 쉽게 무혐의 처분이 나거나 몇십만원 피해보상에 그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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