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함 18척 시대, 대양해군의 조건

구축함 18척 시대, 대양해군의 조건

서동욱 더리더 편집장
2026.10.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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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의 The 밀리터리] 2030년 한국 해군, 무엇을 지키고 어디로 나가야하나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진수한 8,200톤급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3번함 ‘대호김종서함’의 모습.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진수한 8,200톤급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3번함 ‘대호김종서함’의 모습.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지난 9월 30일 대호 김종서함이 진수됐다. 차세대 이지스구축함(KDX-Ⅲ Batch-Ⅱ) 3번함인 김종서함은 2027년 12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세종대왕급에 없던 탄도탄 요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어 해상기반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김종서함이 전력화되면 해군은 세종대왕급(KDX-Ⅲ Batch-Ⅰ) 3척에 정조대왕급(KDX-Ⅲ Batch-Ⅱ) 3척을 더해 모두 6척의 이지스구축함을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6척이 추가된다. '미니 이지스함'으로도 불리는 KDDX는 선체뿐 아니라 주요 센서와 전투체계, 무장까지 국내 기술 중심으로 통합 개발하는 사업이다. 계획대로라면 2032년 선도함을 시작으로 후속함 5척을 순차 확보한다.

이를 운용할 틀도 갖춰졌다. 해군은 지난해 제7기동전단을 모체로 기동함대를 창설했다. 세종대왕함, 정조대왕함 등 이지스구축함과 충무공이순신함 등으로 이뤄진 3개 기동전대, 소양함 등 군수지원함 중심의 1개 기동군수전대, 육상 기지방호와 지원을 맡는 1개 기지전대로 구성됐다. 2030년대 중반 정조대왕급 2척과 KDDX 6척이 추가 배치되면 기동함대의 구축함은 18척으로 늘어난다.

바야흐로 구축함 18척 시대'가 열린다. 이 전력으로 무엇을 지키고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는 동북아 해상 질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따져봐야 한다.

2027년 대만 변수, 한·중·일 해상전력 경쟁

중국은 인민해방군 창건 100주년인 2027년을 기점으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겠다는 목표 아래 해군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핵심은 1만 톤급 055형 구축함이다. 8척이 이미 취역했고 3척이 건조 중이며, 최소 16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 해군이 순양함급으로 분류하는 이 함정은 100개 안팎의 수직발사관을 갖췄다. 여기에 052D형 구축함과 항공모함 3척이 뒤를 받친다. 함정의 70%가 2010년 이후 취역해 평균 선체 연령이 14.9년에 불과하다는 점도 중국의 강점이다.

이를 저지하겠다는 일본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2026회계연도 방위비는 약 9조 엔으로 12년 연속 사상 최대다. 이지스함 묘코와 아타고에 토마호크 발사 기능을 부여해 반격 능력을 갖추고, 탄도미사일 방어를 전담할 이지스시스템탑재함(ASEV) 2척도 건조하고 있다. 이즈모급 호위함의 F-35B 운용 준비와 모가미급 신형 호위함 증강, 무인기와 무인정으로 연안을 방어하는 'SHIELD' 구상도 병행한다. 해상자위대는 40여 척의 주요 전투함을 수상함대로 일원화하는 창설 이래 최대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다.

2026년 기준 3국의 해군력을 비교해 보자. 이지스함은 일본이 8척이다. 한국은 세종대왕급 3척과 정조대왕급 2척 등 5척을 운용 중이고, 김종서함이 합류하면 6척이 된다. 중국은 이지스라는 명칭은 쓰지 않지만 동급 이상으로 평가받는 055형 8척과 052D형 20여 척을 운용한다. 잠수함은 일본이 4000톤급 이상 디젤 잠수함 등 20여 척, 한국은 3000톤급 도산안창호급을 중심으로 한 18척 안팎이다. 중국은 핵추진잠수함만 10여 척이다.

함정 총톤수는 집계 기준에 따라 편차가 크다. 중국은 2024년 기준 150만 톤대에서 200만 톤 이상으로, 일본은 50만 톤에서 80만 톤, 한국은 20만 톤에서 30만 톤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략 중국이 일본의 2~3배, 일본이 한국의 2배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

강점은 뚜렷이 갈린다. 중국은 압도적인 물량과 조선 능력이 무기다. 일본은 잠수함·대잠전 전력과 숙련도, 네트워크 운용 능력에서 앞선다. 한국은 8000톤급 대형 이지스함과 3000톤급 잠수함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생산 능력을 갖췄다. 다만 한국 해군은 연안 방어 중심의 틀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구축함 18척은 바로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투자다.

올해 실시된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한 연합해군 전력이 하와이 제도 북부에서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에서는 정조대왕함, 도산 안창호함 등이 참가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올해 실시된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한 연합해군 전력이 하와이 제도 북부에서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에서는 정조대왕함, 도산 안창호함 등이 참가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구축함 18척 시대, 한국 해군의 전략은 어디로 나가야하나

구축함 18척은 한국 해군이 연안방어에서 원해로 나아간다는 선언이다. 이지스구축함이 방공과 탄도탄 방어의 우산을 펴고, 충무공이순신급과 KDDX가 해상교통로 보호와 대잠전을 맡는 구조다. 여기에 핵추진잠수함이 더해지면 해군의 활동 반경은 차원이 달라진다.

정부는 지난 5월 저농축 우라늄 기반의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공식화했고, 5000~6000톤급 최대 6척 규모가 거론된다. 디젤 잠수함과 달리 핵추진잠수함은 수 개월씩 잠항하며 원해에서 은밀하게 작전할 수 있다. 북한 잠수함과 탄도미사일 추적, 해상교통로 감시, 위기 시 적의 접근을 거부하는 능력까지 확장된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이 갖는 외교적 협상력도 커진다.

전략의 기준은 경제안보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을 바다에 의존하고, 에너지 수송로는 호르무즈와 말라카를 거쳐 동중국해로 이어진다. 해군의 첫째 임무는 영해 방어를 넘어 공급망을 지키는 일이다. 그렇다고 대만 해협 같은 강대국 분쟁에 직접 뛰어드는 전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대북 억제를 기본으로 해상교통로 보호와 위기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상대가 도발 비용을 계산하게 만드는 '거부적 억제' 능력을 갖추는 것이 국익에 맞는다. 18척을 상시 전개하기보다 핵추진잠수함과 무인체계를 병행하고, 대형 함정이 늘면서 더 심각해질 승조원 부족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미국과의 조선 협력은 이 구상의 열쇠다. 한화오션은 미군 규정에 따른 함정 정비(MRO) 사업 참여 자격을 취득했고, 지난해 미 해군성 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이 정조대왕함과 다산정약용함에 승선해 한국 조선의 역량에 관심을 보였다. 미 군함의 정비와 건조를 한국 조선소가 분담하면 한미는 해상 동맹을 산업 차원에서 묶을 수 있다. 우리 해군은 이를 통해 생산 기반과 운용 경험,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 협력의 길을 넓힐 수 있다.

2030년대 한국 해군은 함정 수가 아니라 쓰임새로 평가받을 것이다. 경제와 안보가 함께 가는 시대에 바다는 한국의 생명선이다. 구축함 18척은 이 생명선을 지키는 방패이자, 대양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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