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매장 가맹점 전환, 직원 대규모 구조조정…영업부진 지속되자 매각 결정한 듯

글로벌 피자 브랜드 피자헛이 극심한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연내에 국내 모든 직영점을 가맹점 체제로 전환하고 사업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시장에선 국내외 유명 사모펀드 여러 곳이 피자헛 마스터프랜차이즈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계약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3일 한국피자헛 노동조합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피자헛 국내 법인인 한국피자헛은 올 들어 75개 직영매장 중 61개를 가맹점으로 전환했다. 남은 14개 매장도 연내 가맹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기존 가맹점 278개와 가맹점으로 전환한 직영매장을 합쳐 총 350여개에 달하는 전국 피자헛 매장이 100% 가맹체제가 된다.
이를 위해 임직원 3780여명(정규직 280여명, 비정규직 3500여명)의 고용계약을 해지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진행했다. 3250여명은 지난 6∼10월 회사를 떠났고 지난달 말까지 남아있던 본사와 매장 직원 530여명도 대부분 사직서를 낸 상태다.
◇피자헛, 한국 사업 정리 이유는…영업부진으로 적자 누적= 피자헛 글로벌 본사인 '염브랜즈(YUM Brands)'가 한국 사업을 100% 가맹체제로 바꾸고 사업권마저 제3자에게 매각하려는 것은 실적 부진의 늪이 깊어서다. 1991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던 피자헛 매출은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004년 매출액 3002억원(영업이익 275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피자헛은 지난해 매출액 1142억원으로 업계 3위로 주저 앉았다. 경쟁 브랜드 도미노피자(1805억원), 미스터피자(1429억원)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영업이익마저 적자로 전환해 2013년(-2억원), 2014년(-7억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염브랜즈 지분 5%를 갖고 있는 투자자 키이스 마이스터(코벡스매니지먼트 설립자)의 영향도 크다. 마이스터는 실적이 좋지 않은 해외 법인을 분리해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전환할 것을 이사회에 강력히 요구했다. 최근 염브랜즈가 한국 사업에 앞서 중국 피자헛 직영점을 모두 가맹점으로 바꾼 뒤 염차이나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방식으로 정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시장 승산 없다…로열티만 챙기자"=업계는 염브랜즈가 중국과 비슷한 절차로 한국 사업을 정리하고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외식시장 경쟁이 치열해 현재 피자헛 사업구조로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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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직영점을 운영하면 제품개발과 마케팅은 물론 골치아픈 분쟁과 고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마스터프랜차이즈는 파트너사로부터 로열티만 챙기면 돼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
피자헛 직영점은 미국 본사에 로열티 3%, 한국 지점에 수수료 3.8%를 낸다. 가맹점은 미국 본사 로열티 6%, 한국 지점 마케팅비 5.8% 등 총 11.8%다.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할 경우 5%포인트의 수수료가 추가로 들어오는 셈이다.
가맹점 전환 작업과 인력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피자헛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A패스트푸드 등 다수 업체가 피자헛 한국 사업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피자헛 철수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이효준 피자헛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회사가 노측과 충분한 협상 없이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퇴사 통보를 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단체협약위반 행위를 고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이번 가맹화 전환은 한국피자헛의 성장 가속화의 일환이며 노사간 충분한 논의에 따라 진행했다"며 "현재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전환이나 법인 매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