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가뜩이나 낮은 EU 선호도…브렉시트 계기로 연쇄 탈퇴 우려 증폭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되면서 EU 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그동안 잠재돼있던 'EU 회의론'이 영국 국민투표를 통해 분출되면서 연쇄 탈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EU 회의론이 본격적으로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된 계기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이른바 '그렉시트' 논란이다. 브렉시트라는 용어도 그렉시트에서 따온 것이다.
그렉시트는 2002년 유로화 도입에 따른 그리스 재정적자가 원인이 됐다. 기존에 쓰던 드라크마보다 유로의 화폐 가치가 높았던 탓에 그리스는 갑작스런 화폐 가치 절상을 경험해야 했다.
이에 대한 불만이 부채 증가와 함께 증폭됐고 결국 2015년 7월 그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됐다.
당시 그렉시트를 우려했던 이유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그 자체보단 그리스와 처지가 비슷한 국가로까지 논란이 번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을 통칭하는 소위 '피그스(PIGS)'다.
그렉시트가 부결되면서 논란은 잠시 잦아들었지만 통화동맹에 대한 회의감은 한층 강해졌다. 유로 사용으로 이득을 보는 건 독일, 프랑스와 같은 소위 '강대국'밖에 없다는 인식이 투표를 계기로 공고해진 것이다.
브렉시트는 그렉시트의 파장보다 훨씬 강력할 전망이다. 유럽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스보다 큰 데다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 정치, 경제, 사회 등 전(全)영역에 걸쳐있다는 이유에서다.
브렉시트는 △이민자 급증 △EU에 내는 분담금 △과도한 규제 △EU에 대한 영국의 불만이 촉발시켰다.
영국 내 EU 회원국 출생자 수는 2004년 149만명에서 2015년 313만명으로 증가했다. 총인구 대비 EU 국적자 비중이 EU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구직 목적의 이민자도 대폭 늘었다. 2012년 17만3000명을 기록했던 이민자는 2015년 29만명으로 늘었고 이로 인해 일자리 경쟁이 심화됐다.
EU 회원국으로서 지불하는 분담금도 영국의 불만이다. EU에 내는 분담금에서 EU로부터 받는 수혜금을 뺀 영국의 순부담금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4% 수준으로 EU 안에서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독자들의 PICK!
영국은 EU에 기여하는 바가 큰 데도 그에 따른 대우가 부당했다고 주장한다. EU 의회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의석수 비중이 9,7%로 축소됐고 자본, 노동, 생산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영국 산업발전을 저해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국가에서 시작된 그렉시트가 이젠 선진국으로까지 번진 브렉시트로 발전된 셈이다. 내년 총선이 예정된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EU 회의론자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8일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가 EU 1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보면 독일 응답자의 절반만이 EU 체제에 호의적이라고 답했다. 프랑스에선 38%의 응답자만 EU를 옹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렉시트 투표를 경험했던 그리스도 여전히 27%만 EU 회원국이라는 지위에 만족했다. EU 체제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은 국가는 폴란드와 헝가리에 불과했다.
당장 영국과 같이 EU 탈퇴 여부를 결정짓는 국민투표가 유럽 곳곳에서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55%, 이탈리아 국민의 58%가 국민투표 실시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