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7년 세계 최대 음악 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오페라 주역 발탁
"'비토리아 여'가 대체 누구야?" 2015년 세계적인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베르디 오페라 주역으로 무명의 한국인 소프라노를 내세우자 성악계가 들썩였다. 무티의 '비장의 카드'이자 '대기만성형 프리마돈나'로 불리는 소프라노 여지원(Vittoria Yeo·37)이다.
소프라노 여지원은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서 열린 '무티 베르디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리카르도 무티는 워낙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 같이 한국 무대에 서는 게 너무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이런 (저만을 위한) 취재 자리도 놀랍고 신기하다"고 말했다.

여지원은 자신을 발굴한 이탈리아의 거장 리카르도 무티와 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7일 롯데콘서트홀서 협연을 펼친다. 지난 2014년 대구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에 참여했지만 '금의환향' 후에는 첫 국내 공연이다. 여지원은 '무티 베르디 콘서트' 1부인 베르디 오페라 갈라 무대에서 '나부코' 서곡, '맥베스', '에르나니',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의 아리아를 부른다.
여지원과 리카르도 무티의 인연은 2013년 라벤나 페스티벌 '맥베스' 오디션장에서 시작됐다. 무티의 아내이자 유명 연출인 크리스티나 무티는 그를 '레이디 멕베스'로 파격 발탁했다. 당시 여씨의 연습 장면을 인상깊게 본 리카르도 무티는 1년 뒤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의 여주인공인 '돈나 엘비라' 역 오디션을 제안했다. 여씨는 "처음에는 이 대단한 지휘자가 나를 불러줬다는 사실에 감격해서 무조건 따라가겠다고 했다"며 "나중에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오를 작품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기회는 한 번의 행운으로 끝나지 않았다. 올해에는 무티의 지휘 하에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인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아이다'의 주역으로 발탁돼 또다시 잘츠부르크를 찾는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로마 오페라 극장의 '일 트로바토레'(엘레오노라 役)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레퀴엠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여지원은 3옥타브를 넘나드는 초절기교와 뛰어난 표현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여지원은 아직 이런 일들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을 시작해 서경대 성악과에 진학했지만 한 번도 노래를 뛰어나게 잘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고 했다. 늦은 만큼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다. 3년으로 예정했던 이탈리아 유학 생활은 10년으로 길어졌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의 좋은 모습을 하나하나 다 공부했어요. 제 부족한 점을 찾아서 선생님들을 많이 찾아 다녔죠. 예전에는 제가 무엇을 불러야 할지 잘 몰라서 이것저것 노래하다가 목도 많이 아팠는데, 이제는 목을 혹사시키지 않으면서 노래하는 방법을 찾았어요. 제 역량 안에서 최선의 테크닉을 가지면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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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원의 은사인 불가리아 출신 소프라노 라이나 카바이반스카의 도움이 컸다. 라벤나 페스티벌 '맥베스' 오디션 참가를 추천한 것도 그다. 음악적인 조언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도 외롭고 힘든 유학 생활을 견디는 버팀목이 됐다. 카바이반스카는 무대에 입을 드레스를 살 돈도 부족해지자 선뜻 그의 '첫 드레스'를 여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여지원은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간다고 하니 '네가 왜 가냐' 했던 친구들도 이제는 '네가 우리의 희망'이라고 한다며 웃었다.
"저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계속 하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자리의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기쁨을 찾을 수 있었어요. (후배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지치지 않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