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이 공짜" 계약했는데 300만원 '덤터기'...상조상품 피해 수두룩

"에어팟이 공짜" 계약했는데 300만원 '덤터기'...상조상품 피해 수두룩

차현아, 정진우, 이병권 기자
2026.02.17 07:00

[MT리포트] 1000만 상조시대, '리부트'의 시간 (上)

[편집자주] 대한민국 상조산업(선불식 할부거래업)이 누적 선수금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상조 서비스 가입자는 올해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박혀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업체의 잇따른 폐업과 기형적인 회계 구조 속에서 위태롭게 운영되는 업체들, 고가 가전제품을 끼워 파는 기만적 결합상품 마케팅까지 판을 친다. 상조 서비스가 국민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진정한 '안식처'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상조산업 전반을 살펴본다.

[단독]10조 선수금, 절반을 사금고처럼?...상조 피해신청 역대 최다

상조 3개사/그래픽=윤선정
상조 3개사/그래픽=윤선정

지난해 국내 상조(선불식 할부거래업) 서비스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조산업이 선수금 10조원, 가입자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며 성장하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할 안전장치 마련에 미흡하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6일 확보한 한국소비자원 접수 상조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지난해 202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149건에서 최근 3년간 증가 추세인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건을 넘어섰다.

상조서비스 관련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 중 피해 사유 별 분류/그래픽=이지혜
상조서비스 관련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 중 피해 사유 별 분류/그래픽=이지혜

최근 5년 간 신청접수건 중 가장 많은 피해사유 항목은 계약해지·위약금과 관련한 내용(462건)이었다. 피해접수 후 계약이 해지(98건)되거나 부당행위가 시정(31건)되는 등 해결된 사안도 있었지만 끝내 해결되지 못한 채 표류 중인 사건도 적지 않다.

국내 상조 시장은 소수 대형 상조기업이 과점한 구조다. 주요 상조기업 별 가입자 수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1위 업체인 웅진(2,395원 ▼130 -5.15%)프리드라이프(252만8000명)를 포함해 보람상조개발, 교원라이프 등 상위 5개사의 가입자 수는 735만4000명이다. 지난해 3월 기준 공정위에 등록된 상조 서비스 사업자 수는 76개, 전체 가입자 수는 960만명이다. 6.6%의 회사에 76.6%의 가입자가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올해 3월 기준으로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한다.

선수금 역시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업계 전체 선수금은 10조3348억원 규모인데 상위 5개사의 선수금 합계가 8조5336억원(올해 1월 기준)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상조기업 별 가입자수·선수금 규모/그래픽=이지혜
주요 상조기업 별 가입자수·선수금 규모/그래픽=이지혜

문제는 내실이다. 현행법상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분류되는 상조업은 고객에게 받은 선수금의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하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 50%의 자금을 어디에 쓰든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무리한 사업 확장에 사용하는 사례가 나온다. 고객이 맡긴 돈을 사실상 사금고처럼 활용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는 기업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커진 몸집에 걸맞는 소비자 보호 조치 등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상조 서비스가 가입자 1000만명에 육박하며 국민 보편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면서도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건수가 매년 늘고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강력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적금 들면 에어팟 공짜" 상조상품에 속았다…"해약? 300만원 내놔"

#사례1. 경기도 가평에 사는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금성 상품이면서 전자제품(애플워치+에어팟 프로)을 사은품으로 주는 광고를 보고 한 업체와 상품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나중에 계약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제공된 전자제품은 사은품이 아니라 상조(선불식 할부거래) 결합상품 계약(상조서비스 및 렌탈계약)임을 알게 됐다. 이미 수개월 납입을 한 상황인터라 상조업체에선 200개월을 납입해야 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계약 해제를 요구했지만 이 업체는 전자제품 비용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

#사례2. 회사원 K씨는 2021년 9월 한 상조업체와 월 5만9000원씩 167회를 납입하고 만기일을 채우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품 계약을 맺었다. 이후 사은품으로 건조기를 받았다. K씨는 최근 이 상조업체가 폐업한 것을 알고 납입금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가입 시 받은 사은품(건조기)도 계약의 내용이란 이유로 환불을 거부했다.

#사례3. 한 상조업체와 상조 계약을 맺은 전업주부 H씨는 계약서, 약관, 증서 등 관련 서류를 교부받지 못했다. H씨는 계약 당시 상조 결합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청약 철회 및 납부한 대금의 환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상조업체는 계약서 미교부로 인한 청약 철회는 할 수 없다며 청약 철회 및 환급을 해주지 않았다.

상조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시장 동향/그래픽=김지영
상조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시장 동향/그래픽=김지영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지난해 실제 접수된 상조상품 피해 사례다. 상조업체와 가전·렌탈업체 등이 상조서비스와 전자제품 등을 결합해 판매하면서 계약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상조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8987건,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477건이다. 피해구제 신청 이유는 청약철회를 거부하거나 계약해제 요구 시 결합상품 비용 과다 공제 등의 '계약해제 관련'이 64.4%(307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조업체가 폐업하거나 상조서비스 이용 시 추가금을 요구하는 등의 '계약불이행·불완전이행(21.6%, 103건)'의 순이었다.

상조서비스 관련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그래픽=이지혜
상조서비스 관련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그래픽=이지혜

특히 상조서비스 가입 시 고가의 전자제품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거나, 만기 시 전액 환급이 되는 적금형 상품이라는 판매자의 구두 설명만 믿고 상조서비스에 가입했다가 계약해제 시 위약금을 과다하게 공제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았다.

공정위는 실제 지난해 웅진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개발, 교원라이프, 대명스테이션 등 상조업체 4곳에 대해 "상조·가전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와의 거래를 유도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회사는 2021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상조·가전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할부로 구매하는 가전제품에 대해 '무료 혜택', '프리미엄 가전 증정', '최신 프리미엄 가전 100% 전액 지원'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가전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증정하는 것처럼 소비자와의 거래를 유도했다.

2025년 가입자 수 기준 상조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체) 현황/그래픽=이지혜
2025년 가입자 수 기준 상조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체) 현황/그래픽=이지혜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상조 계약(만기 12∼20년) 외에 별도의 가전제품 할부 매매계약(만기 3∼5년)을 체결해야 했다. 또 장기로 설정된 상조 상품 계약 만기까지 상조 할부 대금을 완납하는 동시에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만 비로소 가전제품의 대금을 조건부로 반환받을 수 있었다.

법정 선수금 미보전 행위로 법인과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신원라이프는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예치기관에 예치해야 함에도 45.28%(12억5353만원)만 보전한 채 영업하는 등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조서비스 가입 시 고가의 전자제품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거나, 만기 시 전액 환급이 되는 적금형 상품이란 판매자의 설명만 믿고 상조서비스에 가입하면 안된다"며 "갈수록 피해사례가 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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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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