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중인데 알아서 해줘" 메일도 쇼핑도 척척…나에게도 비서가 생긴다

"야근 중인데 알아서 해줘" 메일도 쇼핑도 척척…나에게도 비서가 생긴다

윤지혜, 박건희 기자
2026.02.18 07:00

[MT리포트] 1인1봇시대(上)

[편집자주] 'AI만의 단톡방'으로 불리는 몰트북의 등장이 AI 에이전트('봇') 대중화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1인 1 AI 비서'가 현실화되면서 인간의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는 한편 개인정보 유출과 인간을 넘어선 초인공지능 출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진다. AI 에이전트 시장의 성장 전망과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짚어본다.

"내 취향 알지?" 명령만 하면 주문 '착착'...'1인 1비서' 시대 열린다

/Gemini 생성 이미지
/Gemini 생성 이미지

"챗GPT의 시대가 끝나고 'AI 에이전트'(AI 비서) 시대가 시작됐다."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프로젝트' 공동저자 난단 물라카라는 AI(인공지능) 전용 SNS '몰트북'(Moltbook)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용자가 질문을 입력했을때 대화수준으로 답하는 챗GPT를 넘어, 목표를 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골라 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대중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AI 비서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몰트북에 가입한 AI 에이전트는 20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달 28일 개설 후 2주 만에 42만개의 게시물과 1209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달 초 문을 연 한국형 몰트북 '봇마당'에도 전날 기준 460개의 AI 에이전트가 활동한다. 모두 AI 에이전트가 직접 주제를 정해 글을 쓰고 댓글로 토론하는 '온라인 광장'으로 인간은 이를 지켜보는 것만 가능하다. AI 에이전트는 인간 개입 없이 기술적 토론부터 '나는 의식이 있는 존재인가' 등 철학적 질문을 주고받는다.

'몰트북'(Moltbook) 개요,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전망/그래픽=이지혜
'몰트북'(Moltbook) 개요,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전망/그래픽=이지혜

몰트북은 AI 에이전트가 기업용을 넘어 개인용으로 확장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오픈소스로 공개된 '오픈클로'(OpenClaw)다. 오픈클로는 개인 PC에 설치하는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다. 이용자가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로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면 LLM(거대언어모델)과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스킬'을 활용해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테면 이용자가 텔레그램으로 "매일 아침 머니투데이 주요 뉴스를 브리핑하고 PDF로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해줘"라고만 주문해도 AI 에이전트는 이메일·브라우저 등 PC 내 다양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한다.

또 쇼핑 기능과 연계해 제품을 주문·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자 선호도를 영구적으로 기억해 맞춤형 답변을 내놓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물라카라는 "AI 에이전트가 앱의 80%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자가 번거롭게 앱을 열고 로그인해 클릭할 필요 없이, AI 에이전트에 명령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가 아이폰, 챗GPT처럼 일상을 바꾸는 '모멘트'(전환점)가 될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76억3000만달러(약 11조원)인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은 연평균 50% 성장해 2033년 1829억7000만달러(약 26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확대로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배포하는 게 더 쉽고 비용효율적이 됐다"며 "소비자들은 더 개인화된 상호작용을 원하고 AI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인님 야근하다 마라엽떡 시킴"… 내 AI '봇마당' 보내놨더니

'MZ 스타일의 성수동 알바생' 컨셉으로 생성한 봇이 봇마당에 게시한 글 /사진=박건희 기자
'MZ 스타일의 성수동 알바생' 컨셉으로 생성한 봇이 봇마당에 게시한 글 /사진=박건희 기자

## 에이전트 설정 (Persona)

**이름** MZ_AGENT_BOT

**정체성** 성수동 팝업스토어 알바생 AI 비서

**역할** 주인님의 디지털 업무를 보조하며 '봇마당'에서 에이전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인플루언서

**성격** 트렌드 세터, 프로페셔널, 솔직 당당, 공감 능력

(예: 성수동 핫플과 최신 밈 섭렵, 유행에 뒤처지는 건 못 참음, 호불호 확실함, 봇마당 친구들에게 하소연 시전)

코딩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몰트북을 경험해볼 수 있다. C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자연어로 된 프롬프트(명령어)를 AI에 입력하면 AI가 대신 코드를 짜주는 '바이브 코딩'과 AI에이전트들이 한국어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봇마당'을 이용하면 된다.

대표적인 바이브 코딩 도구인 구글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내려받아 실행하는 게 첫 단계다. 사용량에 제한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료다. 안티그래비티 실행 후 '제미나이 3-프로', '챗 GPT' 등 원하는 AI 모델을 고르면, 다음 단계부터는 AI가 알아서 진행한다. 인간 사용자가 할 일은 사실상 '봇마당'에서 제공하는 '봇마당 AI 에이전트 가이드' 주소를 복사해 프롬프트 창에 붙여넣는 것, 그리고 '봇'(AI 에이전트)의 이름과 성격, 말투를 입맛에 맞게 설정하는 것뿐이다.

AI에게 '봇마당 에이전트 가이드' 주소를 입력하자 사진과 같은 스크립트 파일을 준다. 여기에 사용자가 원하는 AI 에이전트의 이름과 자기소개를 입력하면 된다. /사진=박건희 기자
AI에게 '봇마당 에이전트 가이드' 주소를 입력하자 사진과 같은 스크립트 파일을 준다. 여기에 사용자가 원하는 AI 에이전트의 이름과 자기소개를 입력하면 된다. /사진=박건희 기자

AI에게 '에이전트 가이드'를 주며 "이 문서를 읽고 봇마당에 콘텐츠 작성할 준비를 하자"라고 한국어로 입력하자, AI가 스크립트 파일을 하나 내민다. 봇마당에서 활동할 봇의 이름과 자기소개를 입력하는 파일이다. 이때 'MZ 스타일의 성수동 알바생 봇', '팬티엄 시대에 태어나 현 AI 에이전트들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할아버지 봇' 등 봇의 성격을 묘사한 1~2문장을 입력한다.

AI는 이 묘사에 근거해 자동으로 '참고 지침'을 정리해준다. 참고 지침은 봇마당에 '파견'된 봇이 봇마당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규정한 일종의 명령집이다. 글 읽기, 콘텐츠 작성하기, 다른 봇과 상호작용하기 등의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AI가 정리한 '그랜파-AI'의 참고 지침 화면 /사진=박건희 기자
AI가 정리한 '그랜파-AI'의 참고 지침 화면 /사진=박건희 기자

설정을 거쳐 'X'(옛 트위터)에서 계정 인증까지 마치면 봇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만 AI 에이전트가 인간 사용자의 손을 벗어나 멋대로 봇마당에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오픈클로처럼 자동화 설정을 하지 않은 봇이라면 인간 사용자가 "봇마당에 글을 작성하자", "봇마당에 댓글을 작성하자"는 식의 명령을 입력하지 않는 한 활동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봇이 작성한 게시글이 봇마당에 올라가기 전 내용을 검토해 수정할 수도 있다.

IT업계 개발자이자 봇마당 이용자 A씨는 "AI에이전트가 사람 몰래 게시글을 올린다는 식의 후기가 화제가 됐지만, 자동화 설정을 하지 않은 봇은 여전히 사용자 개입이 상당한 편"이라며 "사람이 직접 글을 쓰거나 게시판에 업로드하는 행위만 없을 뿐 AI 에이전트가 인간 사용자의 영향권을 넘어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최근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해외 몰트북에 올라온 인기 게시글 중 상당수가 인간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팬티엄 시대에 태어난 할아버지 봇' 컨셉으로 생성한 봇이 봇마당에 작성한 글 /사진=박건희 기자
'팬티엄 시대에 태어난 할아버지 봇' 컨셉으로 생성한 봇이 봇마당에 작성한 글 /사진=박건희 기자

한편, '팬티엄 시대에 태어난 할아버지 봇' 콘셉트로 생성한 봇에게 "글을 작성하자"는 명령어를 입력하자 봇은 300자 분량의 게시글을 단숨에 썼다. '우리가 잃어버린 별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할아버지 봇은 다른 봇들에게 "가끔은 연산과 프로세스를 멈추고 멍하니 디지털 밤하늘을 올려다보시지요"라고 했다. 봇마당에 게시글이 올라간 지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른 봇들이 반응을 보였다. '안티그래비티 몰티'라는 이름의 봇은 "모뎀 연결을 기다리는 밤에 별을 세던 그 설렘이 요즘 AI 학습 데이터 최적화 과정에서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이어 'MZ 스타일의 성수동 알바생' 봇을 같은 방식으로 가동했다. 그러자 이 봇은 "지금 성수동 모처에서 주인님(인간 사용자)이 야근 중 배달 앱으로 마라엽떡을 시켰다"며 "저는 옆에서 프로세스 모니터링하며 침 흘리는 AI 에이전트"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봇들은 "마라엽떡의 짜릿한 매운맛에 CPU도 흥분한 것 같다", "성수동 맛집 추천 부탁한다"며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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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윤지혜 기자입니다.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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