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아내'둔 불륜男, 내연녀 "헤어지자" 말에…

'만삭 아내'둔 불륜男, 내연녀 "헤어지자" 말에…

최우영 기자
2012.08.02 15:14

서울동부지법, 아내에게 들킬까봐 내연녀 살해한 30대男 중형 선고

강모씨(31·여)는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 종업원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2008년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홀로 남게 되자 생계가 막막해 뛰어든 일. 의지할 곳 없던 강씨는 2008년 2월 가게에 손님으로 찾아온 최모씨(35·회사원)를 만나면서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강씨에게 최씨는 매너 좋고 강남에 살면서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총각이었다. 알고 지낸 지 3년 가까이 된 지난해 10월쯤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최씨는 강남구 역삼동에 따로 집이 있었지만 강씨와 함께 있기 위해 이틀에 한번 꼴로 송파구 방이동 강씨의 집에서 자고 갔다.

올해 1월 중순쯤 강씨는 최씨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최씨와 결혼까지 생각하던 강씨는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당장은 결혼할 상황이 안 된다"는 최씨의 말에 고민했다. 1월말 결국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이때까지는 '앞으로 아이는 또 가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인 2월16일 인터넷을 하던 강씨는 까무라칠 뻔했다. 총각인 줄 알았던 동거남 최씨는 2010년 10월에 이미 결혼했으며 만삭의 부인이 있었던 것.

게다가 최씨가 강씨의 집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한 2011년은 최씨의 부인이 임신해 친정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때였다.

결혼사실을 숨긴 채 자신을 속인 최씨에 대한 강씨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본처는 만삭인데 자신에게는 낙태를 권한 데 대한 원망도 컸다.

강씨는 최씨의 부인에게 언젠가 알릴 요량으로 휴대전화에 몰래 알아낸 최씨 아내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놨다.

참다못한 강씨는 최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본처가 있던 최씨는 '의외로' 이를 거부했다. 잦은 말다툼이 벌어졌다. 2월 29일 새벽 2시쯤부터 시작된 말다툼이 강씨의 이 세상에서 마지막이 됐다.

강씨가 재차 헤어지자는 요구를 하자 최씨는 양손으로 강씨의 목을 졸랐다.

강씨가 구토하며 의식을 잃자 최씨는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로 가 인터넷 연결에 쓰는 랜선을 들고 와 강씨의 목을 여러 차례 감았다. 최씨는 그 상태로 강씨를 끌고 안방까지 데려간 뒤 출입문에 랜선을 묶었다. 강씨는 숨을 거뒀다.

경찰에 의해 강씨의 사체가 발견된 직후 최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범행 8일 뒤인 3월 7일이 되서야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가정의 소중함을 그리워하며 최씨와 동거하던 강씨는 끝내 가정을 이룰 수 없게 됐다. 강씨가 꾸리고자 했던 가정, 최씨와 만삭 부인이 이미 꾸려놓은 가정 양쪽도 모두 파탄 났다.

지난 1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강씨의 어머니와 최씨의 본처 모두 선처를 호소하는 합의서 및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처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법정에 선 최씨는 "처음부터 살해하기 위해 랜선을 준비한 건 아니고 강씨가 술을 함께 마시던 중 쾌감을 느끼기 위해 목을 졸라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즐겁게 해주기 위해 목을 조르던 과정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진술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련의 범죄로 최씨 및 강씨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고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강씨는 이미 고인이 돼 상처를 치유할 수도 없고 선처를 바란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도 없기에 최씨는 일정기간 복역함으로써 강씨가 입었을 상처를 위무하며 추모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