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사건팀]스마트폰과 키보드에 익숙한 세대··· '속도'가 맞춤법 파괴 불렀다
"모든 게 숲으로 돌아갔다. 문안한 권색 난방을 입은 그얘는 김에 김씨. 사생활치매에 대한 사소한 오예로 임신공격을 했다.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고 싶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무난한 곤색 남방을 입은 그 애는 김해 김씨. 사생활침해에 대한 사소한 오해로 인신공격을 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다.)
애숭모는 신뢰를 무릎쓰고 "어떻해 괴자번호를 알려줘? 어의 없고 회개망칙한 예기 하지마"라고 말했다. 그얘는 "어르봉카드 줄께. 다시는 내 눈에 뛰지마. 그게 네 한개다. 권투를 빈다"고 답했다.
(외숙모는 실례를 무릅쓰고 "어떻게 계좌번호를 알려줘? 어이 없고 해괴망측한 얘기 하지마"라고 말했다. 그 애는 "의료보험카드 줄께. 다시는 내 눈에 띄지마. 그게 네 한계다. 건투를 빈다"고 답했다.)
최근 인터넷에 자주 보이는 틀린 맞춤법을 모아놓은 글이다. 연필과 공책이 사라지고 키보드와 스마트폰을 통한 글쓰기가 확산되며 맞춤법이 파괴되고 있다. 일선 초중고 교사와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속도를 중시하는 추세'가 이 같은 현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글날을 앞두고 돌아본 '초등학생 국어파괴'는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맞춤법 오류 감점하면 채점이 불가능한 고교 답안지
경기도 A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을 맡은 이모 교사는 일기장 검사를 할 때마다 빨간 펜이 남아나질 않는다. 맞춤법 틀린 학생들을 교정하는 데 검사시간의 대부분을 쓴다. 이 교사는 "주로 'ㅔ'와 'ㅐ' 같이 들을 때 거의 차이 없는 글자를 틀리는 학생이 많다"면서 "아이들이 책을 잘 안 읽고 인터넷에만 익숙하다보니 서로 의미 전달만 대충 되면 맞춤법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우려했다.
청소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M고등학교에서 국어과목을 담당하는 김모 교사는 쓰기교육 숙제를 걷다 경악했다. '나에 소원' '말햇다'와 같은 오자가 셀 수 없이 많이 나온 것. 김 교사는 "워드 등으로 작성한 숙제를 걷기 시작하면서 오자가 부쩍 늘어났다"며 "스마트폰에 익숙한 '엄지족' 아이들이 키패드 2번 누르는 거 귀찮아서 쌍시옷도 그냥 시옷으로 쓰는 버릇을 들이다보니 그게 숙제까지 이어진다"고 개탄했다.
김 교사는 "맞춤법 틀린 숙제를 다 감점하자니 도저히 채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관대하게 채점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학생들은 더 맞춤법에 무관심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상무는 "입사지원을 인터넷으로만 받다보니 인터넷에서나 쓰일 법한 엉터리 맞춤법으로 뒤발한 자기소개서도 부지기수"라며 "아무리 글 내용이 좋아도 맞춤법 틀린 소개서를 읽다 보면 성의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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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맞춤법··· 원인은 스피드?
초중고 교육과정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 담당자는 "교육과정이 몇차례 개정되면서도 쓰기 등 교육내용은 중시하면 중시했지 절대로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일선 교사들도 "받아쓰기와 따라쓰기 등 기본 커리큘럼은 여전히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맞춤법이 무너진 원인으로 범람하는 인터넷 환경에 따른 '속도'와 '효율성'을 들었다. 원진숙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키보드를 쥔 요즘 세대는 빠른 의사전달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모티콘과 축약형을 많이 쓰게 된다"며 "심지어 드라마 제목까지도 '차칸 남자'로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정서법 준수에 대한 의식이 해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성환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역시 '편의성'과 '간편성' 추구가 맞춤법 파괴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맞춤법대로 쓰면 표기의 속도가 떨어진다"면서 "맞춤법에 어긋나도 간편하고 편리하게 쓰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맞춤법 준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고성환 교수는 "맞춤법이라는 건 읽는 사람이 뜻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약속"이라며 "교양이나 교육의 여부를 떠나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 점에서 속도를 위한 효율성을 택하느냐, 아니면 자신이 좀 불편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그 사이에서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복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역시 "맞춤법 파괴는 읽는 사람 편의를 생각하지 않는, 쓰는 이 스스로만 생각하는 행위"라고 바라봤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점점 가속화된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과 키패드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글을 입력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발견되는 현상은 '붙여쓰기'입니다. 띄어쓰기가 없을 뿐더러 그에 대한 비난이나 부정적인 생각 역시 찾아보기 힘들죠. 오타 역시 마찬가지로 수정을 안 하고요. 어느 정도는 재미를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틀린 맞춤법이 일상생활까지 이어져 학교 숙제라든지 입사용 자기소개서에까지 반영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 교수가 주장하는 대안은 교육과정에서의 정서법교육 강화다. 그는 "예전과 달라진 환경에 맞게 맞춤법 등 교육과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SNS에서는 맞춤법 틀리면서 재미있게 소통하더라도 격식이 필요한 공적 상황에서는 정확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중언어' 사용능력을 길러주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