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 절반 이상 '30년 훌쩍', 정비공사 늘며 매몰사고 반복
전문가 "현장 안전 신경 써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아파트 하수관 정비현장에서 60대 작업자가 매몰사고로 숨지면서 노후 하수관 정비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내 하수관 절반 이상이 노후기준으로 여기는 '30년'을 넘긴 만큼 정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8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20분쯤 수서역 인근 아파트의 노후 하수관 정비공사 현장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60대 남성 1명이 숨졌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준공 34년차를 맞은 노후 아파트다. 하수관 역시 아파트 준공시기에 맞춰 설치된 만큼 노후했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통상 사용기간이 30년을 넘은 하수관을 노후 하수관으로 분류한다.
서울에는 이처럼 오래된 하수관이 광범위하게 깔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내 하수관로 총연장 1만866㎞ 중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6029㎞로 전체의 55.5%를 차지한다.

노후 하수관은 지반침하 위험으로 정비가 필요하다. 하수관에 균열이 생기거나 틈이 벌어지면 물이 새고 이 과정에서 주변 흙이 쓸려나가 지반 아래 빈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싱크홀(땅꺼짐)로 이어질 수 있어 서울시도 정비를 확대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긴급조치가 필요한 124㎞ 구간 중 79㎞ 정비에 추가예산을 투입했고 앞으로 정비범위를 더 늘릴 방침이다.
노후 하수관 정비공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장 안전관리에 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하수관 공사현장에서는 매몰사고가 반복됐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하수관로 공사현장에서는 60대 작업자가 매몰돼 숨졌고 2024년에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노후 하수관 교체공사 현장에서도 50대 작업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후 하수관 정비는 땅을 파고 관로를 교체·보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토사붕괴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버팀목 설치 등 기본 안전조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돼야 한다. 안전절차가 생략되면 토사붕괴가 곧바로 매몰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이번 수서동 사고현장에서도 기본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현장소장으로부터 "토사붕괴를 막기 위한 흙막이공사를 생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현장소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흙막이공사는 굴착과정에서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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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버팀목 같은 기본 안전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문제로 이런 안전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관련 공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리·감독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도심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진다. 지난 26일 서대문구 서소문고가 철거현장에서는 '거더'(상판을 떠받치는 보)가 붕괴하며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사고를 보고받고 "집중호우기를 앞둔 만큼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을 더 면밀히 살펴 사고예방에 힘쓰고 호우 취약시설을 다시 한번 점검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