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원해서 택한 것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 원해서 택한 것 아니다?"

신희은 기자
2013.07.07 12:00

지난해까지 시간제 일자리 질 악화 추세..."시간제 근로 보호법 시행 부작용도 우려"

정부가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실에선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간제 일자리 대부분이 저부가가치 산업이나 영세 사업체에 분포돼 있는 때문이다. '비자발적'인 시간제 근로자 비중도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의 실상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시간제 일자리의 시간당 임금이 2006년 62.3%에서 지난해 50.7%로 급락했다.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이 연평균 6.0% 증가하는 동안 시간제 근로자는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료제공=현대경제연구원
자료제공=현대경제연구원

지난 2007년 7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여건이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규직과의 격차가 크다. 시간제 근로자의 공적연금 가입비율은 20.7%에 불과해 정규직 근로자의 84.1%를 크게 밑돈다. 고용보험도 시간제근로자의 가입비율이 14.8%로 정규직근로자의 70.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퇴직금 지급비율은 시간제 근로자가 10.1%로 정규직 근로자 80.2%와 격차가 두드러진다. 상여금 지급비율도 시간제 근로자 12.7%, 정규직 근로자 81.8%로 마찬가지다. 시간 외 수당과 유급휴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여건이 열악한 탓에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택한 근로자가 절반에도 미달했다. 지난해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에 근무하게 된 근로자는 56% 수준이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2011년 평균치 13.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는 배경으로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저부가가치 산업과 영세 사업체에서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음식숙박업의 경우 임금근로자 가운데 시간제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16.6%에서 지난해 25.0%로 크게 확대됐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에선 2.8%에서 2.1%로 오히려 비중이 축소됐다.

그나마 정부의 영향력이 큰 공공행정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보건복지서비스업 등에선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높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2006년에서 지난해까지 공공행정서비스업에서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는 9만3000명에서 16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보건복지서비스업에서도 5만1000명에서 20만9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취업애로계층인 여성과 청년, 고령층, 저학력자 중에서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정부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을 통해 기혼여성을 흡수하려 했으나 현실에선 전일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이혼, 사별여성이 크게 증가하는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기업이 핵심업무에는 정규직을, 비핵심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관행이 확산되면서 정규직 일자리와 시간제 일자리의 격차가 심화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기업이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나 전일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보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채용하는 비용부담이 훨씬 크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간제 근로 보호법 제정으로 근로시간 비례원칙이 법제화되면 민간기업은 전일제 비정규직 근로자를 선호할 우려도 크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확산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기업과 고숙련 근로자를 흡수해야 하며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성 향상 없이 '시간제 근로 보호법'이 시행되면 기존 시간제 일자리마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은 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적합한 새로운 직무형태를 전 업종에서 개발하고 민간기업의 노동비용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시간제 근로 보호법을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5년 내에 93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무리하다 보면 의도와는 달리 나쁜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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